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40~50대에 발병하는 조기치매는 환자 개인은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을 무너뜨리고,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을 남긴다.
조기치매는 단순히 유전이나 노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건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준 결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속적인 저소득 상태와 급격한 소득 감소 등 '소득의 불안정성'이 조기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연합뉴스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따르면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와 준365의원 고병준 원장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40∼60세 성인 224만7461명을 평균 5.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수준과 변동성을 분석한 뒤 조기치매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5년 내내 저소득 상태였던 사람은 한 번도 저소득 상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치매 위험이 63% 높았다. 반면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도 고소득층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5년 내내 고소득 상태를 유지한 사람의 조기치매 위험은 45% 낮았다.
연구팀은 "가장 눈에 띄는 건 '소득 변동성'"이라고 밝혔다. 개인별 소득 등급의 연도별 변화 폭을 계산해 변동성을 측정했는데, 소득 변동성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안정적인 그룹보다 조기치매 위험이 37% 높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만성 스트레스와 의료 이용 중단에 따른 건강관리 붕괴를 지목했다.
연구팀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혈압·혈당·지질대사 조절이 흔들리고,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까지 동반되면서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 습관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지속적인 저소득층은 신체활동이 적고 우울증 비율이 높았고, 흡연·음주 같은 건강을 해치는 행동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고소득층은 규칙적 운동 비율이 높고 만성질환 관리 수준도 양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흥미로운 점은 이런 연관성이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관찰됐다는 사실"이라면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단순한 혈관 문제를 넘어 뇌 전반의 노화 과정과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가난이 치매를 만든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과 직업, 식습관, 가족력 같은 요소를 모두 반영하지 못했고, 이미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사람이 경제활동 능력을 잃으면서 소득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