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제한해온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을 사실상 폐지할 뜻을 내비쳤다. 금융회사 내부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를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가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금융사의 가상자산 참여를 제한한 것”이라며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도화와 입법이 추진되는 만큼 바뀐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제한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거래소 규율 체계 정비, 2단계 입법을 함께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포용금융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을 제도권 금융, 정책서민 금융, 대안적 재기 금융 등 3개 층으로 나누고 “제도권 금융이 초우량 차주만 받아들이면서 중·저신용자가 정책서민 금융과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이 위험을 선별하고 미래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본연의 역할보다 안전한 차주 중심 영업에 치우쳐 ‘금리 단층’이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 포용금융전략추진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기존 포용금융 대전환회의 아래 총괄, 정책서민 금융, 금융산업, 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를 두고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한다. 금융회사 안에 CIFO를 지정하고,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체계와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은행권 전세대출 규모가 9조2000억원, 5만9000건 수준”이라며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기적 목적을 어떻게 걸러낼지 논의하고 있다”며 “사례별로 다양한 경우를 검토해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투자 대상을 현행 국내 주식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도 다음달부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와 관련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제재이고, 향후 비슷한 사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사실관계와 법률 적용이 더 엄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박시온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