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복도와 밀집된 침상 구조로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캡슐호텔·도미토리 등 소규모 숙박업소에 대해 서울시가 전수점검과 소방시설 보강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 한류 등 영향으로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며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늘어나는 가운데, 화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숙소에 대한 재난 예방과 안전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서울시는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이같은 내용의 '소규모 숙박업소 화재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숙박업소는 총 7958곳으로, 이 가운데 90.5%가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영업장 면적 300㎡ 미만 업소는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 화재 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는 전수조사와 시설 보강, 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3대 축으로 삼아 소규모 숙박업소의 화재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모든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객실 형태,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 피난로 확보 상태, 소방시설 유지관리 실태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캡슐형·도미토리형 등 객실 밀집도가 높은 숙소는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병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비상구 폐쇄, 피난통로 적치물 방치, 소화·경보설비 작동 상태, 완강기 등 피난설비 관리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화재 시 대피가 지연되거나 초기 진화가 어려운 업소를 선별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현장에서 바로 보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거나 구조상 설치가 어려운 업소에는 자동 확산 소화기, 스프레이형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등 보완 설비 설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캡슐형·도미토리형 숙소에는 캡슐 내부 연기감지기와 소화기 비치를 유도하고,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별도 충전 공간 확보도 권고한다. 외국인 투숙객을 위한 다국어 화재 대응 안내문도 배부한다. 소방 자체 점검 대상 중 숙박업소 비율은 10%에서 30%로 높이고, 표본조사 대상도 250곳에서 350곳으로 확대해 점검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올해 3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캡슐호텔에서 불이나 외국인 10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일본인 50대 여성이 치료를 받다 숨졌다. 과거 2018년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고시원을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해 소방시설을 소급 적용한 사례를 참고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숙박업소에도 스프링클러 및 자동확산소화기 등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신규 숙박업소는 건축·용도변경 단계부터 피난·방화계획과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살피고, 영업 신고·등록 과정에서도 객실 내 연기감지기, 대피안내도, 비상조명등 등 안전시설 설치를 안내한다. 기존 업소 가운데 화재 취약성이 큰 곳은 자치구와 관계 부서가 정기 점검과 안전 컨설팅을 이어간다. 호텔업협회, 관광협회, 숙박업중앙회 등과 협력해 업계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의 핵심을 법·제도 개선에 두고 있다. 시의 권한으로는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지난달 정부에 캡슐호텔 등 밀집형 숙박업소를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하고 영업장 면적과 관계없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300㎡ 미만 소규모 숙박업소에는 자동 확산 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 안전 기술 기준 개정도 요청했다.
홍영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올해부터 숙박업소 관계인이 자율적으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할 경우 취득세 및 재산세 면제 등 지방세 감면과 화재보험료 최대 50% 할인 등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도 적극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