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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가 산업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못박고 그 상한선마저 없애라는 요구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1인당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이 돌아갈 수 있는 요구이며, 18일에 이르는 쟁의가 현실화되면 예상 손실은 30~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글이 독자에게 닿을 무렵에는 협상이 타결되었을 수도, 긴급조정이 발동되었을 수도, 파업이 진행 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무엇이든 더 큰 질문은 그대로 남는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하한으로 못박으려는 시도는 최근 여러 대기업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은 하나다. 이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단체행동이 우리 노동법이 본래 보호하려 했던 자리에 들어오는가.
노동법이 본래 다루던 돈
노동법은 한 가지 인식에서 출발했다. 근로자 개개인은 사용자 앞에서 협상력을 거의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잃으면 다음 달 생계가 끊어지는 사람과, 한 명이 빠져도 또 채용하면 그만인 회사. 이 비대칭을 단체의 힘으로 회복하라는 것이 헌법 제33조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한 묶음으로 보장한 이유다.
그래서 노동법이 본래 다루는 돈은 '살아가기 위해 받아야 할 돈'이다. 근로기준법이 최저기준에서 출발하고, 노조법이 단체교섭의 중심적 대상을 '근로조건'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과, 기업이 만들어낸 이윤을 어떻게 처분할지의 문제는 결이 다르다. 이 결을 흐리는 순간, 노동법은 자기 자신을 설명하지 못한다.
임금 협상의 외관, 분배의 실질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못박고 상한선까지 없애라는 요구는, 형식은 임금협상이지만 실질은 회사가 한 해 거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문제에 가깝다. 임금이 아니라 이윤 분배의 영역이다.
성과에 기여한 만큼의 몫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사실상의 이윤 분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회사의 가동을 멈추게 하는 단체행동에, 헌법이 노동3권에 부여한 보호의 두께를 동일하게 인정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판례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의 하나로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을 것'을 들고 있다. 이번 요구의 실질이 이 범주 안에 온전히 들어오는지는 한 번 짚어 볼 일이다. 목적 정당성과 권리남용
권리 남용 역시 같은 맥락이다. 권리 행사가 본래의 목적을 현저히 벗어나 사회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초래할 경우, 그 권리의 보호 가치는 크게 약화된다. 이미 받고 있는 처우나 사업장의 여건,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제한적 요구를 관철하려는 단체행동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공공복리’에 의한 기본권 제한을 허용하는 것은, 권리행사가 공공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제한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외부로 전가되는 협상 비용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한 취지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 협상력의 불균형을 교정하여 노동관계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 취지가 협상의 비용을 일반 국민이나 공동체에 전가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체행동의 파급효과가 협상 당사자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번져 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사업장 가동이 멈추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소규모 협력사와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들이다. 노동법이 가장 두텁게 지키려 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부담이 가장 먼저 내려앉는다. 낡은 좌표, 새로운 산업 지형우리 노동법의 입법 좌표가 과거에 멈춰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조법 제71조 제2항이 규정하는 '필수공익사업'은 철도·항공·전기·수도·의료 등 전통적 산업 지형만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반도체와 같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가동 중단은 단순히 한 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첨단 의료기기에서 모빌리티 공급망까지 국가 인프라 전반의 마비로 번진다. 노조법상 '긴급조정권'도 거론되지만, 막대한 정치적 부담과 엄격한 요건 탓에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는 비상수단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비가역적 피해'를 막을 사전적 균형장치도, 사후적 안전판도 모두 비어 있다. 21세기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첨단전략산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포섭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
이 글은 노동3권을 좁히자는 내용이 아니다. 노동법이 본래 어느 편에 서 있어야 하는가를 다시 묻는 글이다. 결국 묻게 되는 것은 단 하나다. 누구를 위한 노동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