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삼성이네요.” 삼성생명이 금융 대장주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전자 지분 가치 상승과 특별배당 기대가 맞물리며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미래에셋그룹도 금융주 3위인 신한지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는 예대마진 확대 기대감에 은행주가 금융시장을 이끌었다면 최근 증시 활황 속에서는 거래대금 증가와 자산관리(WM) 시장 확대 수혜를 입은 증권·보험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6일 삼성생명은 종가 기준 12.45% 급등하며 29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시총은 59조6000억원을 기록, 기존 금융주 1위였던 KB금융지주(59조2459억원)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를 거머쥐었다. 삼성생명이 금융주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삼성생명은 보험업종의 약한 성장동력과 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맞물려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사에 줄곧 밀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작년 초만 해도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2025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삼성생명의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킥스(K-ICS) 제도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줄 보험금(비상금)을 얼마나 튼튼하게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성적표로 보유 자산을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에 머물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가치도 수조원 이상 감소했다. 비상금 점수인 킥스 비율이 급락하자 삼성생명은 정부 주도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발표를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본 건전성을 방어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주환원 기대감이 꺾이며 주가 역시 오랜 기간 저평가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까지 겹치며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삼성전자 지분 가치 상승으로 자본건전성을 회복한 삼성생명은 본격적인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2025년 삼성생명의 배당 성향은 41.3%로 보험사 중 가장 높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밸류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분 매각이익’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삼성전자 지분을 합산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10%를 넘어서게 된다. 이 경우 금산법 준수를 위해 초과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상당한 규모의 매각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향후 순이익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 등을 고려해 배당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가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은 실적이다. 삼성 보험 계열사는 올해 1분기 1조8000억원이 넘는 합산 순이익을 거두며 국내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냈다. 삼성생명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1조24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1% 증가했다.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60조원을 돌파하는 대호황 속에 증권주들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시총은 지난해 7조원대에서 올해 40조원대로 치솟으며 5배 넘게 증가했다. KDB대우증권을 인수할 당시 롤모델로 삼았던 노무라홀딩스(35조7000억원)를 제쳤고 전통 금융 강자인 하나금융지주(약 33조원)와 우리금융지주(약 23조원)의 시가총액을 가볍게 넘어섰다. 지난 5월 6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19% 이상 급등하며 신한지주의 시총을 추월하기도 했다.
계열사들의 동반 상승세도 매섭다. 지난 5월 20일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우선주, 2우B,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미래에셋그룹 상장 계열사의 합산 시총은 약 42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총 시총이 약 17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몸집이 2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의 주가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대형 증권사 주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상승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