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이 나라를 뒤에서 좌우하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통해 "쿠바를 해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네티컷주 해안경비대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취재진에게 카스트로 전 대통령 기소가 "많은 (쿠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 법무부는 1996년 미국 마이애미 기반 쿠바 망명 단체인 '구출의 형제들'이 운용하던 항공기 2대가 쿠바군에 의해 격추돼 탑승자 4명이 사망한 사건을 이유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포함한 6명에 대한 기소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은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금수 조치를 통해 쿠바 경제를 전면 봉쇄하고 있다. 쿠바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등 경제난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것이 미국의 봉쇄 때문이 아니라 쿠바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사정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경험을 쿠바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쿠바가 다음 차례"라고 공언했다. 백악관 관계자들과 공화당 중진들도 수 차례 남미 내 다음 '타깃'으로 쿠바를 지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쿠바 관련 금수 조치가 얼마나 더 유지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고 보자"며 "곧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쿠바와 군사적 긴장 고조를 예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긴장 고조(escalation)는 없을 것이다. 그럴 필요도 없다"며 "그곳은 무너져가고 있다. 그들(쿠바 정권)은 통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선 "우리는 올바른 답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완전하고 100% 좋은 답이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생명을 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매우 빨리 끝날 수도, 또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관한 '스몰딜'을 시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 개방 조치는 즉시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고 했다. 그것이 해협 개방만을 조건으로 하는 협상이 실제로 되고 있다는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전혀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중간선거가 다가와서 서두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급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상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만 희생되기를 바란다"면서 잘 되지 않으면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을 슬쩍 내비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과 소식이 이어지면서 이날 유가는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산 원유를 한국으로 수송하는 다른 초대형 유조선도 해협을 통과했다. 세 척의 유조선에 실린 원유는 약 60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2월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하루 동안 이 해협을 통과한 최대 석유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평가했다. 세 척의 유조선 통과는 이란과 사전에 협의된 내용일 것으로 Kpler 수석해운분석가 매튜 라이트는 평가했다.
유가는 5% 넘게 떨어졌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LCO1)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대로 5.6%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유(WTI) 7월 인도분(CL1) 가격은 배럴당 98달러대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전장대비 5.5% 급락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