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장사치"·"사람 탈을 쓰고"…李 격노케 한 '5.18 조롱'

입력 2026-05-20 15:19
수정 2026-05-20 16:11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둘러싼 기업들의 마케팅 논란이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아 강도 높게 비판한 '5.18 조롱' 논란의 시작은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해당 이벤트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직접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스타벅스를 정조준했다. 그는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희생자들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 데이' 이벤트라니"라며 개탄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엑스에서 무신사의 7년 전 광고 논란을 재소환했다. 무신사는 2019년 양말을 광고하면서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수사 발표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며 "진짜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느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7년 전 논란거리였음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당의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소속 인사들을 향해 '스타벅스 자제령'을 내렸다.

그는 이날 "민주당 선거 운동을 하는 분들이나 후보자들은 스타벅스 출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매우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스타벅스 출입은 자제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화운동 조롱 및 폄훼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 제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은 홀로코스트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면 엄중히 처벌한다"며 "5·18이나 다른 민주화운동을 조롱·비하하는 행위 역시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스타벅스코리아 모기업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고 인적 쇄신에 나섰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사과했다. 또 지난 18일 밤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했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도 19일(현지시간)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자 역사적·인도적으로 의미 깊은 날인 5월 18일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의가 아니었으나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시민단체는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고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0일 "매우 부적절한 이벤트로 5·18 민주화운동과 유족, 광주 시민 등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무신사 역시 7년 전 사건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무신사는 입장문을 통해 "7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내부 프로세스 부재와 경솔한 판단이 남긴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있다"며 "다시 한번 박종철 열사님과 유가족 여러분, (사)박종철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분들, 그리고 무신사에 실망하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