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너스, 억울하십니까?[박찬희의 경영전략]

입력 2026-05-22 05:29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이 ‘정의란 무엇인지’ 묻는 사회적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회사 일 열심히 해서 잘살 수 있으면 분명히 좋은 세상이다. 평범한 직원이 병원장님보다 잘살면 더욱 좋다. 그런데 그 규모와 배분 기준이 타당한지 생각이 다양하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다르고 받는 쪽도 속사정은 복잡하다. 기업을 키우고 도와준 사회의 몫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 다녀서 ‘팔자 고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1970년대 중동 건설현장에 2년 다녀오면 집을 한 채 샀고 1980년대 후반 증권사 신입사원도 우리사주로 아파트를 샀다. 정보 공유와 여론 형성이 빠르고 변덕스러운 시대에 주식투자까지 더해져 훨씬 예민해진 면이 있다.
◆성과보상, 핵심은 공개와 책임
경제학은 기업을 계약의 집합(nexus of contract)으로 본다. 채권자, 협력업체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도 계약에 따라 합당한 보상을 받고 주주는 다 나눠주고 남는 몫을 가져간다. 이른바 주주의 잔여청구권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주인(ownership)의 역할이다.

모든 계약에는 한계가 있어 가능한 상황을 모두 정의하고 잘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근로계약은 사람의 일이라 더 어려워서 경영자에게 조직을 구성하여 이끄는 권한을 주고 그 결과에 책임을 묻는다. 기업이 시장기구면서 권위적 조직구조를 갖는 이유다. 채권자, 협력업체와의 관계 역시 경영자의 재량은 이런 권한을 의미한다.

경영자에게 맡기고 책임을 물으려면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사사건건 계약 들먹이며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소신껏 ‘리더십’을 발휘하란 뜻인데 보상은 수단이므로 어떤 원칙으로 어떻게 나누었는지 밝혀야 납득할 수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제안에 따라 보상한도를 정하고 경영자가 소신껏 배분하고 책임지는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이다.

미래 투자가 중요한데 성과보수가 너무 큰지, 사업부별 부문별 차이가 타당한지는 그 기준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압도적 경쟁우위를 만들어낸 기술자는 ‘약간의 격려금과 표창장’에 그치고 대주주 일가의 돈과 권력에 봉사하면 떼돈을 번다면 옳지 않다. 좋은 사업에는 세계의 돈이 몰려오는 세상에 유보이익에 목맬 일도 아니다. 판단이 공유될 때 내용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그래야 목숨 걸고 혁신에 나설 용기가 생긴다.

양도제한 주식보상(RSU)이 그럴듯한 답이라고 등장한다. 주주가 돼 가치상승과 손실위험을 공유하는 대안이지만 주식은 보상의 수단일 뿐 금액과 배분 조건에 동의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준이 합당하면 현금 받아 주식 사도 되고 싼값에 주식보상을 하면 주주들이 억울하다. 빅테크 기업의 창구직원이 수천억원 지분을 보유하고 보너스 날 페라리를 사는 일이 흔하지만 창업 초기 현금 대신 회사의 미래를 믿고 주식보상에 동의한 결과이다.

세상은 심오해서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지켜서 떼돈을 벌었는지 흉악한 사람들에게서 회사를 지켜낸 보상인지 알기 어렵다. 젊은 비서가 아부로 한밑천 챙겼는지 기발한 용기로 위업을 이뤘는지도 가려내기 어렵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험난한 정치적 사연과 밀약을 숨기는 방패막이인 경우도 있다. 경영자가 다 밝힐 수 없다면 스스로 자신의 몫에서 보상하고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주주 돈 말고 자기 돈으로.
◆성과보상은 전략의 일부
세상을 바꾸려면 평가보상의 틀도 바꿔야 한다. 파격적 성과보상으로 경쟁자를 압도하고 협력업체를 주도할 수 있다면 회장님 월급 열 배도 줄 수 있다. 과감한 보조금 정책으로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급여정책’으로만 보는 아둔한 생각으론 못 할 일이다.

메타(Meta)가 수천억원 연봉으로 개발자를 영입하고 구글이 벤처기업을 수십조원에 인수해서 혁신기술과 인력을 유치하는 것은 전략의 일부다. 성과급을 놓고 다투는 사이에 회사가 생태계의 주도권을 잃는다면 노무협상의 작은 승리를 위해 미래기회를 버리는 셈이다. 그럴수록 유능한 순서대로 회사를 떠난다. 노무협상에 매달려 전략을 버린다면 결국 경영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전투에서 적의 목을 거두는데 급급하면 전쟁을 망친다. 한발 앞선 정보가 승패를 가른다. 함포 전술을 도입한 이순신 장군에게 특히 중요한데 정적들은 전공을 과장했다며 트집 잡는다. 새로운 전략에는 달라진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고, 전장의 주역이 승리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방해하는 자들에게 맞설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 자신에게 1조달러의 주식보상을 책정했다. 테슬라의 이익과 생산목표에 따라 전체 보통주의 10% 넘게 받는 구조인데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적 다툼 끝에 보상이 실현됐다. 공개된 원칙과 방식이 동의를 얻은 것이다. 머스크의 전략이 실패하면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전략은 내가 무엇을 해서 어떻게 책임질지 명확해야 제대로 구현된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면 잘난 사람 시샘하고 방해하기 전에 잘되게 돕는다. 실험실 연구원이 세상 모든 일에 영향받는 순이익을 ‘나의 일’로 책임지나? 투자정책까지 포함된 복잡한 EVA 수식은 잘 몰라도 도장 찍고 책임지란 얘기로 들린다.

투자 때문에 성과급이 부담된다면 생산시설(fab) 하나에 수십조원이 드는 사업에서 모아둔 돈으로 투자한다는 발상이 타당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테슬라는 유보이익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투자를 받지 못해 빚으로 버티던 개발연대가 아니다. 세상의 돈을 끌어들이면 될 일을 대주주 지배력이 걱정되고 ‘지분’ 자체가 성역이라 말도 못 꺼낸다면 세계와 승부할 수 없다.
◆익숙한 체제의 그늘
여러 개의 사업부가 모인 복합기업에서 성과보상은 어렵다. 한 식구라며 받는 돈은 다르니 심란하고 서로 돕고 밀어주어 만든 가치를 나누려니 복잡하다. 미래가 보여도 당장 힘든 사업부는 피한다. 크고 복잡해진 기업은 호재가 흩어져 저평가되니 심란한데 한 지붕 여러 가족은 점점 어려워진다. 시장은 본사부문의 기획-조정을 이권탈취로 의심한다. 한 손에 거대기업을 틀어쥐는 제국의 영광, 그 틈에서 자라는 관리통제 기득권이 회사를 망친 사례들에 주목한다.

도전하는 회사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누리고 지배하는 회사는 충성이 중요하다. 세상을 바꿀 인재를 트집 잡고 괴롭히는 사람들 틈에서 길들이며 부린다. 지분 지키며 꽉 짜인 관리체제에 매달리는 회사의 어두운 모습이다.

성과급 논쟁은 힘에 따라 이득을 챙기는 정치게임으로 변질되기 쉽다. 경영자의 모든 것을 일일이 감독할 수도 없고 권한도 있으니 차라리 성과를 내서 정당하게 가져가라는 것이 경영자 보상의 원리이다. 현장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망칠 수가 있는 사람은 그 몫을 챙길 수 있다. 법과 제도의 틀이 있지만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다.

그래서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익숙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첨예한 이익투쟁에 거친 감성과 둔탁한 논리가 더해지면 ‘정치판’이 된다. 배부른 자의 무리한 요구로 치부하다 온 세상이 몫을 요구하는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만만해서 불러 쓰던 전문가들은 겁먹고 숨어버린다. 유능한 경영자는 정치가 되기 전에 감당할 수 있는 게임을 한다.

세계적 패권경쟁의 한복판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들의 전략이 맞부딪히는 마당에 문제의 본질을 가리면 배는 산으로 간다. ‘한 발짝 물러서 대화와 타협’ 같은 뻔한 말 이전에 성과보상의 본질과 원칙이 무엇인지 익숙한 체제의 고민은 없는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돈을 못 벌어서 그렇지 심란한 회사는 무수히 많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