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20일 성과급 협상을 두고 최후 담판에 나선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온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 둘째 날인 19일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4시간 30분에 걸쳐 성과급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자정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노사 양측 교섭대표는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이 제시한 조정안을 기반으로, 20일 오전 10시부터 '2차 사후조정 3일차 회의'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사측 교섭 대표는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이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다.
박수근 위원장은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상당 부분 좁혀진 상태이나, 한 가지 쟁점에 대해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사측이 (20일 오전 10시까지)최종적으로 입장 정리를 해오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한 가지'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사는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 여부,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 이 같은 합의의 제도화 등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노사는 핵심 쟁점 중 성과급 상한 폐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성과급 재원의 사업부별 배분 비율과 합의 제도화를 두고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쟁점 중에서 합의의 제도화를 두고는 사측도 3년간 적용이 가능하다고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업부별 배분 비율을 두고는 노사 이견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반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이 중 70%를 전체 반도체 부분이 나눠서 나머지 30%를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 같은 배분 비율은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업부별 차등 지급분을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속개될 회의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조가 사전에 확보한 쟁의권을 토대로 21일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앞서 시사한 대로 긴급조정권을 파업 전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
긴급조정권은 국가적 경제 피해가 우려되는 등 경우에 정부가 쟁의행위를 중지하도록 하는 예외적 절차로, 발동 시 쟁의행위는 즉각 중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는 국가경제 타격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충격을 막기 위해, "파업만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 시작으로 이재명 대통령 역시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영권도 존중해야 한다며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의 악영향을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우리 사회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노조가 예고한대로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직간접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파업 시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속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을 넘어 국가 경제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
재계 역시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대기업 노조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이를 중요 안건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일부 기업에서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국내 1위이자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이를 제도화하면 모든 산업계로 번질 우려가 크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