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외교 정책 전반에서 긍정적인 1년 성적표를 받았다. 정권 출범 초기 대미·대일 관계가 험난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최근 미국의 북한 위성정보 공유 일부 제한 등 한·미 관계를 둘러싸고 이상기류 우려가 있지만 정권 초반 대미 관세 및 안보 협상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핵잠 건조 승인 등 대미 협상 잘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한국정치학회 1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외교 정책은 3.79점(5점 만점)을 받았다. 대일(3.86점), 대미(3.8점), 대중(3.72점) 관계 순이었다.
대(對)일본 정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우려와 달리 과거보다 미래 협력에 방점을 둔 기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야당 시절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복원한 한·일 셔틀외교를 이어받았다.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을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라고 했다. 다만 위안부, 독도 등 민감한 현안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도록 눌러놨을 뿐이라는 진단도 있다. 한 응답자는 “과거사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다”고 했다.
대중 관계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등 경색됐던 양국 관계 개선을 시도한 점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 철회 등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북 구성’ 핵시설 발언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 등을 놓고 한·미 간 의견차가 노출되는 등 우려가 있지만 대미 관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 응답자의 69.5%가 4~5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정권 출범 직후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무엇보다 숙원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미국 측에서 이끌어낸 점이 성과로 꼽힌다.
에너지 주권과 직결되는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물꼬를 튼 점도 성과다. 한 전문가는 “한국의 핵심 이익을 아젠다로 상정한 것 자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3단계(중단→축소→폐기) 비핵화가 핵심인 대북 정책은 3.38점을 받았다. 4점(28%)과 3점(27.1%) 응답자가 많았고, 최고점인 5점(22.9%)에도 20% 이상이 분포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3대 원칙’을 제시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저자세’ 비판도 있지만 긴장 완화에 노력한다는 점이 평가받았다. 다만 정 장관이 구성 발언을 내놓고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국민참여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호평’이재명 정부 평가에서 대국민 소통이 3.89점으로 전체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의안 심의를 제외한 국무회의 전 과정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청와대 대변인 질의응답 등을 전 국민에게 생중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SNS를 통해 적극 소통한 기조를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유지했다. “국정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국민참여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노력을 평가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기 대응(3.71점)과 리더십(3.65점)도 긍정 평가를 받았다. 국민 통합(3.3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국정 운영에 보수 인사를 기용하려는 노력 등이 긍정 평가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국민 통합 노력을 보수·진보 구도에만 집중한 나머지 성별·세대 간 등 다양한 갈등 요소에 대한 관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및 야당과의 소통이 잘되는지와 관련해선 3.17점을 받았다. 응답자의 49.1%가 4~5점을 줬지만 1~2점도 상당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