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사측과의 성과급 협상이 한창인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단체교섭 절차를 문제 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고용노동부 진정도 제기됐다. 외부에선 소상공인 단체가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노바는 오는 20일 오전 9시30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초기업노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심문기일은 같은 날 오전 10시20분 진행된다. 기자회견에는 가처분 신청인인 초기업노조 소속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들과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대표변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가처분은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조합원들이 초기업노조의 교섭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제기됐다. 법무법인 노바는 DX부문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를 대리해 지난 15일 수원지법에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노바는 초기업노조가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총회 의결과 정상적인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 의결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초기업노조 규약도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할 땐 조합원 의견 수렴·총회 의결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노바는 이날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초기업노조가 총회 의결뿐 아니라 총회 소집 통지도 없이 교섭요구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대의원회 의결로 총회 의결을 갈음할 수 있지만 초기업노조가 설립 후 약 3년이 지나도록 대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온라인 설문조사도 쟁점이다. 노바는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11월 "교섭 시점이 가까워 전체 의견 수렴 불가"라는 이유로 내부에서 20개 안건을 조율한 뒤 네이버폼 설문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에게 20개 항목 중 5개를 고르게 했지만 사전에 정해진 선택지만 제시한 방식이어서 실질적 의견 수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섭요구안이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이해관계에 치우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바는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제도 투명화와 지급 상한 폐지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하면서도 DX부문 등 다른 사업부문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 진정도 제기됐다. 초기업노조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교섭과 파업 과정에서 노조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시정명령·행정지도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인들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파업에 협조하지 않는 이들을 전환 배치나 해고가 진행될 때 우선 대상자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지적했다. 또 부문별 성과급 분배 비율을 둘러싼 조합원 요구에 관해 노조가 설문조사로 확정된 안건이라 변경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설문에는 해당 문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운영 방식에 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진정인들은 파업·규약 개정을 결의한 총회가 7일 전 공고 의무를 지키지 않고 3일 전에야 공고됐다고 비판했다. 조합비 결정을 운영위원회에 위임하는 규약을 신설해 쟁의 기간 조합비를 5배로 올린 것도 노동조합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노조 밖에서도 압박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총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소공연은 반도체 생산 차질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경영난으로 이어져 대기업 주변 상권·골목상권의 매출 절벽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공연은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총파업 즉각 철회, 극단적 쟁의행위 중단, 대화를 통한 상생·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을 요구했다. 한국 대표 기업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경제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