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금 10조원 시대에도 '덩칫값' 못하는 구태 여전

입력 2026-05-18 17:29
수정 2026-05-19 00:40
상조업의 이름은 ‘상부상조(相扶相助)’에서 왔다. 일본 ‘호조회(互助會)’ 모델을 본떠 1982년 문을 연 부산상조가 한국식 상조업의 시작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상조업계는 누적 예치금 10조원, 가입자 1000만 명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핵가족화로 이웃이 장례를 돕던 문화가 사라진 자리를 상조업체들이 채운 결과다. 그러나 양적 팽창 이면에는 불투명한 영업 관행과 소비자 기만 등 병폐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상조업계의 주력 상품은 자녀 결혼과 어학연수, 가전제품, 크루즈 여행 등을 묶은 ‘결합 상품’이다. 이 상품은 소비자 불만이 집중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형 상조사 5곳(웅진프리드라이프, 보람상조, 교원라이프, 소노스테이션, 더케이예다함)의 관련 상담은 2022년 719건에서 지난해 1049건으로 45.9%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업체의 기만광고를 주시하고 있다. 안마의자나 대형 고급 TV 등을 사은품으로 내걸어 가입을 유도해 놓고, 중도 해약하면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의 할부금을 떠넘기는 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웅진프리드라이프 등 4개사가 가전 비용을 상조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를 적발했다.

장례 현장의 구태도 여전하다. 수의와 관 등 저가 용품을 고가로 둔갑시키거나 상품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비용(차량 이동 거리, 특수 수의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주 접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와의 정보 비대칭이 클 수밖에 없다.

노동 문제도 상조업계 부실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상조업계는 장례지도사를 ‘개인사업자’로 간주하고 위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상조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장례지도사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퇴직금 청구 소송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퇴직금 리스크’가 상조회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