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오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최종 국면'에 들어섰다. 노사는 18일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를 앞둔 상황. 이 가운데 노조 간부의 강경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협상장 밖에서도 불이 붙고 있다.
이날 오전 1시40분 기준 포털 다음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선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이 1위에 올랐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이후 삼성전자 최대 노조 핵심 간부의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주목받으면서다.
이날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이송이 부위원장은 전날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파업 동참을 요구하다 "여기까지 끌고 온 우리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분사할 거면 하고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분사 각오로 전달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과의 1대 1 대화에서도 거친 표현이 이어졌다. 이 부위원장은 회사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감방 보내면 책도 좀 읽고 운동 좀 하고 오겠다"는 취지로도 발언했다. 해당 대화는 한 조합원이 노조 커뮤니티 등으로 옮기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전자 노사가 이날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 이달 21일 예고된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대화의 장이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도 전에 노조 핵심 간부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교섭을 둘러싼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노사는 이날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 제도화 여부, 상한 폐지 등을 놓고 막판 교섭에 나선다.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재원 상한을 연봉의 50%로 유지하면서도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으면 OPI와 별도로 영업이익 중 9~10%를 재원으로 삼아 전체 부문 60%, 사업부별 40%로 나누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 입장은 다르다. 노조는 영업이익 가운데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중이다. 성과급 재원 배분도 DS부문 전체 70%, 사업부별 30%로 나누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성과급을 회사가 정하는 보상 항목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연동된 권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성과급 요구가 DS부문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노노 갈등도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 압박도 거세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이 진행된다. 조정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노위가 사실상 강제 중재안을 만들 수도 있다.
노조는 반발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과의 사전 미팅이 끝난 다음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 이후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측이 긴급조정 가능성을 발판 삼아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집행부를 둘러싼 논란도 협상 변수로 떠올랐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3월 총회를 거쳐 조합비 일부를 임원 등의 직책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규약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 7만여명이 월 1만원씩 조합비를 내는 구조를 고려하면 직책수당 재원은 월 최대 약 3500만원이 할당될 수 있다
이번 파업 위기는 삼성전자 내부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생산 차질을 겪으면 수출과 성장률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올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직전 분기보다 3.0%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성과급 협상은 단순 임금 교섭 범위를 넘어선 상태다. 노사 간 보상 기준을 둘러싼 충돌, 노조 내부 갈등, 정부의 긴급조정 압박, 반도체 경기 회복 국면이 한꺼번에 얽히게 됐다. 이날 사후조정 결과에 따라선 삼성전자 노사 관계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의 긴장 수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