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4번의 긴급조정, 파업 후 발동…"경제 피해 100조" 이번엔?

입력 2026-05-17 17:48
수정 2026-05-17 17:49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과 ‘대타협’의 최종 갈림길에 섰다. 18일로 예정된 정부 주재의 사후 조정은 총파업 현실화 여부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라인 가동 차질에 따른 직간접적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호소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 카드가 맞물리며 노사 양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성과급 제도화 해법 논의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핵심 쟁점인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과 제도화 문제를 놓고 재차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노사 견해차는 여전히 크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OPI) 재원으로 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반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6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를 명확한 산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내놨다. 평균 지급액 기준 약 4억원이다. 적자 사업부엔 실적 개선 시 성과급 상한을 연봉의 75%까지 상향하는 절충안을 포함했다. 이에 중노위는 지난 12일 조정에서 현 제도를 근간으로 하되 매출 및 영업이익 1위를 동시에 달성하면 영업이익의 12%를 재원으로 삼아 추가 특별포상을 지급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 측 거부로 무산됐다.

업계 안팎에선 제도화 문제를 노사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에 교섭 성패가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 환경에 맞게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사측과 규칙 명문화를 요구하는 노조가 절충점을 찾는지에 따라 총파업 현실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화에 대한 시각은 노동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7일 통화에서 “성과급을 제도화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범위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둘러싼 반복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룰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가 관건노사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되고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수출 감소와 협력업체 고용 악화 등 국민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며 “긴급조정권을 포함해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고용노동부도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의 명확한 규정은 없다. 정부는 위법 논란을 피하면서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 시점을 고심 중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발생 후 3~78일이 지나 행사됐다.

노동계에서도 반도체 라인 가동 차질 등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한 뒤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향후 한 달간 법적으로 파업이 금지되며 중노위의 강제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각에선 노조 조합원이 집단휴가 형식으로 파업을 준비 중이라 긴급조정권 효과가 반감돼 회사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업 무산 이후 노동계 전체가 정부와의 전면전에 나서는 강 대 강 대치 시나리오로 확산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 간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채연/강해령/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