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 긴급 자금 대출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남은 67개 점포마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배경이다. 반면 메리츠금융은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확실한 이행보증을 요구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메리츠가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시점에서 긴급운영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메리츠"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앞서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했다. 또 지난 10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67개다. 홈플러스는 4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으며, 오는 21일로 예정된 5월분 급여 역시 지급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잔금이 입금될 때까지 운영을 위한 브릿지론과 회생 완료 시까지 구조혁신을 위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홈플러스는 "유통기업은 영업이 중단되면 정상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머지 67개 매장마저 끝내 모두 영업이 중단될 경우 더 이상 회생절차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생절차가 종료되면 곧바로 청산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이 경우 채권액을 넘어서는 자산을 담보로 확보한 메리츠는 채권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겠지만, 후순위 채권자의 채권 회수율이 크게 낮아지고 직원들의 고용 불안, 입점주 피해, 지역 상권 위축 등 사회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메리츠금융은 최근 브릿지론 제공을 검토하면서 배임 문제 등을 고려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에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이행보증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홈플러스는 이행보증의 대안으로 신탁 부동산의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제안했으나 메리츠금융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