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처음 만났다.
현지 시각 16일 오전 0시 30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공식 상영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상영 전부터 극장 앞에는 한국어 피켓을 든 현지 팬들이 몰려들며, '부산행'으로 프랑스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연상호 감독의 신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상영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있던 프랑스인 다비드 씨는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20년째 보고 있다.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같은 작품들을 오래 전부터 봤다"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반도'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이번 '군체' 역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각이었고, 상영은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게 시작됐지만 뤼미에르 대극장은 끝까지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영화의 타이틀이 올라가기 전부터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군체' 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극한의 생존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과 선택의 갈등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123분 동안 관객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 폐쇄형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동시에 연상호 감독 특유의 질문인 "생존을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타인을 배제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전면에 드러낸다.
상영 종료 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연상호 감독은 관객들을 향해 "꿈에 그리던 칸 영화제에서 '군체'를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앞으로 영화를 만드는 동안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프랑스인 관객 아나이스 씨는 "'부산행'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고, 특히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다"고 평했다.
연상호 감독에게 이번 칸 국제영화제는 네 번째 공식 초청이다. 그는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됐으며, 이후 '부산행'(2016)과 '반도'(2020)로 칸 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특히 '부산행'은 당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군체'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각각 초청되며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칸=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