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라임펀드 판매 은행, 부당이득 반환의무 없어"

입력 2026-05-17 09:18
수정 2026-05-17 09:21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이 고객에게 투자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은행 직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우리은행과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수익률을 부정하게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펀드 주식 가격이 폭락해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이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A씨는 2019년 3월 우리은행 직원 B씨의 권유로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46호 펀드'에 5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A씨는 보통 위험 등급 채권 투자를 통해 회수한 자금만 정상적으로 돌려받았다.

이에 A씨는 이듬해 3월 우리은행을 상대로 기망 또는 착오에 의한 투자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미회수 투자금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예비적 청구로는 B씨가 위험성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미지급 투자금에서 소송 제기 시점 펀드 평가액을 뺀 금액을 은행과 B씨가 공동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1심은 기망 행위나 착오에 근거한 계약 체결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투자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투자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설명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은행과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는 우리은행 담당자의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져 계약했거나,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착오에 빠져 계약했다"며 은행의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

B씨가 A씨에게 라임펀드를 "기존에 가입한 상품들과 같이 안정적인 상품"이라고만 설명하고 A씨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투자성향분석 설문 항목을 작성한 것을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확정했지만, 은행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를 설정하거나 운용하는 과정에 우리은행이 관여했다거나,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이 투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음을 알면서도 A씨에게 투자하게 했다고 단정할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A씨에게 보여준 자료에는 펀드가 라임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모펀드에도 분산 투자하는 상품임이 분명하게 기재돼 있었다"며 "투자금 일부가 간접투자된다는 사실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고의의 기망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