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홀딩스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35억달러 규모의 스마트 조선소를 건설한다. 한국 조선 기술력과 아부다비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이 맞물려 성사된 우리 돈으로 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6일 성동홀딩스에 따르면 정홍준 성동조선 창업자 겸 성동홀딩스 회장은 최근 아부다비 현지에서 콰자르 인베스트먼트(Quazar Investment) 그룹과 스마트 디지털 트윈 조선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부지는 아부다비 칼리파 경제구역(KEZAD)으로 전체 면적은 약 800만㎡다. 평수로는 약 240만평에 이른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선박 건조 시설을 넘어 수리·개조(MRO)와 선박 생애주기 관리까지 포함하는 복합 해양 산업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성동홀딩스는 2026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28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중동 해양 산업의 새 거점이자 한국 조선업의 해외 확장 사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성동홀딩스가 축적해온 육상 건조 기술과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이다. 기존 도크 방식에서 벗어나 지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GTS(Ground Typhoon System)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AI와 로봇 드론을 적용한 자동화 공정도 도입된다. 50도 이상 고온과 모래바람 등 중동 현지의 기후적 한계를 고려해 주요 공정은 실내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서승모 성동홀딩스 부회장은 “이번 조선소는 성동의 축적된 노하우와 최첨단 ICT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 될 것”이라며 “아부다비는 이를 통해 첨단 해양 제조 및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산업 다변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중동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아부다비 측과 협상을 이어왔고 최근 현지를 직접 방문해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아부다비 측은 자체적인 선박 수리와 제조 역량 확보가 국가 안보 및 경제 전략과 연결된다고 보고 이번 사업을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는 조선소 건설 부지와 인프라 지원은 물론 사업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성동홀딩스는 조선소 설계와 운영 기술 이전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아부다비 측은 조선소 건설뿐 아니라 국내 조선소 인수에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조선 설계와 운영 역량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민간 차원의 조선소 건설을 넘어 한-UAE 경제 협력의 확대 사례로도 주목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우리 정부에 본 사업을 한국 측 정책 프로젝트로 지정해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협의가 본격화될 경우 조선·기자재·IT 솔루션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협력을 통해 중동 내 K-조선 거점을 확대하고 원유와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부다비 역시 기존 에너지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조 산업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성동홀딩스 관계자는 “정홍준 회장의 끈질긴 협상력과 한국 조선업의 기술적 신뢰가 이뤄낸 결과”라며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꾼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