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고당도 수입포도가 대형마트 과일 매대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수입포도 시장을 주도했던 레드글로브 대신 블랙사파이어와 어텀 크리스피 등 신품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수입포도는 색상에 따라 흑포도, 청포도, 적포도로 나뉜다. 흑포도 대표 품종은 블랙사파이어와 세이블포도다. 청포도는 어텀 크리스피와 스윗 글로브, 적포도는 레드글로브와 파이어크런치가 대표적이다. 주요 산지는 페루와 칠레, 호주, 미국 등이다. 통상 2월부터 페루산이 들어오고 4~6월에는 칠레·호주산, 7월 이후에는 미국산 포도가 주로 유통된다.
최근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종은 블랙사파이어와 어텀 크리스피다. 블랙사파이어는 길쭉한 모양과 높은 당도가 특징이다. 씨가 없어 먹기 편하고 당도가 높아 젊은 소비층에서 인기가 높다. 세이블포도는 20브릭스 안팎의 높은 당도와 특유의 향이 강점이다. 어텀 크리스피는 아삭한 식감 때문에 ‘애플 청포도’로도 불린다.
롯데마트는 연간 약 400t 규모의 수입포도를 유통하고 있다. 색상별로는 흑포도 비중이 약 40%로 가장 높다. 이어 청포도, 적포도 순이다. 품종별로는 블랙사파이어 비중이 가장 크고 스윗사파이어, 어텀 크리스피 등이 뒤를 잇는다.
고당도·껍질째 먹는 품종 인기수입포도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편의성’과 ‘당도’다. 소비자들은 씨를 뱉어야 하거나 껍질을 벗겨야 하는 포도보다 바로 씻어 먹을 수 있는 품종을 선호한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알이 단단한 품종일수록 매대 회전율도 높다.
가격은 품종보다 품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수입포도는 포도알 직경에 따라 라지, 엑스라지, 점보 등으로 구분된다. 당도는 일반적으로 15브릭스 안팎을 기준으로 삼고 고당도 품종은 20브릭스를 넘기도 한다. 송이 크기의 균일성, 알의 밀착도, 줄기 신선도도 품질을 가르는 기준이다.
올해 수입포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4월 누계 기준 수입포도 특등급 1kg 평균 도매가격은 749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20원보다 20.5% 올랐다. 환율과 물류비 부담이 커진 데다 산지 재배 면적 축소 영향도 반영됐다.
다만 대형마트 판매가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 물량이 부족했던 1~2월에는 가격이 높았지만 3~4월 물량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5월 이후에는 칠레산 시즌 종료와 미국산 전환, 국내산 포도 출하가 맞물리면서 가격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수입량 줄고 산지 다변화
수입포도 공급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수입포도 국내 반입량은 2019년 6만9000t 이후 연평균 약 12% 감소하고 있다. 올해 3월 수입량도 전년 대비 45.6% 줄었다. 칠레와 페루 등 주요 산지의 재배 면적이 줄고 일부 농가가 체리와 블루베리 등 다른 과일로 작목을 바꾼 영향이다.
대형마트는 산지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호주산 블랙사파이어 물량을 확대해 수급 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수입포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기후와 환율, 유류비, 해상 물류비 등이다. 남미 지역은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기상 이변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도 높아진다.
소비자가 수입포도를 고를 때는 알의 단단함과 크기 균일성을 먼저 보면 된다. 포도알이 송이에 잘 붙어 있고 줄기가 녹색을 띠며 촉촉한 상품이 신선하다. 껍질 표면의 하얀 가루는 과분으로 당분이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도 높은 포도를 고르고 싶다면 과분이 고르게 남아 있는지도 확인할 만하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