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전쟁 이후 중동 국가들과 이란이 상호 공격을 자제하는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동맹국들과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후에도 이란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역내 안보 불안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구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1970년대 냉전 완화 국면에서 체결된 헬싱키 협정을 잠재적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싱키 협정은 1975년 미국과 유럽 국가들, 소비에트연방 및 동맹국들이 참여한 합의로, 안보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경쟁 진영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동 각국은 전쟁이 끝난 뒤 이란의 국력이 약화하더라도 주변국에 대한 위협 요인은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쟁 피해를 입고 내부적으로 더 강경해진 이란 이슬람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전후 지역 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과 유럽연합(EU) 측은 사우디의 구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다른 걸프 국가들의 동참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들은 향후 충돌 재발을 막고, 이란에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제공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논의가 이란 핵 프로그램에 집중되면서 아랍권의 핵심 우려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는 아랍 국가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지만 현재 협상의 중심 의제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아랍 외교관은 헬싱키 협정과 유사한 형태의 불가침 조약이 다수 아랍 국가뿐 아니라 중동에 대한 서방의 개입을 줄이길 원해 온 이란에도 수용 가능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FT는 걸프 지역의 양대 영향국인 사우디와 UAE가 그간 이견을 보여 왔고, UAE가 이번 전쟁 기간 이란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고 짚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