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에 전재산 풀베팅한 일본인…2년 만에 계좌 열어보니

입력 2026-05-13 21:27
수정 2026-05-13 22:15

중동 전쟁 여파에도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일본인 투자자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해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자산 95% SK하이닉스로 '수익률 720%' 대박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전기양(電?羊)'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일본인 프로그래머 투자자는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자산 10억엔을 달성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원화로는 약 96억원 규모다.

그는 2년 전 자산의 95%를 SK하이닉스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당시 약 22만원에 사들인 SK하이닉스 주가가 189만9000원까지 오르면서 수익률이 720.8%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이 투자자는 "돈이 쌓이는 것은 감사하지만 조정이 올까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아직 더 올라갈 여력이 남아있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조기 은퇴 계획을 묻는 네티즌 질문에는 "현재 일이 즐겁고 힘들지 않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해외서도 커지는 한국 주식 관심해당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한국 주식 투자 방법을 묻는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반도체주와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A증권사의 올해 상임대리인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2.4%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대리인은 해외 거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거래할 때 필요한 절차를 대신 처리해주는 제도다. 계좌 개설과 거래 과정이 국내 투자자보다 복잡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를 보고 투자에 나서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 SNS '샤오홍슈' 등에는 국내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했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도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10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2028년 삼성전자 한 곳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아직 더 간다"는 증권가 한경 인공지능(AI) 기반 대체 데이터 플랫폼 에픽AI을 활용해 최근 한 달간 나온 증권사 리서치를 종합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인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 관련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21곳으로, 이 가운데 19곳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14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분포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202만3043원으로 집계됐다.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13일 104만원에서 이날 197만6000원으로 상승했다. 한 달 새 약 90% 뛴 셈이다. 5월 들어서도 4일 12.52%, 6일 10.64%, 11일 11.51%, 13일 7.68% 오르는 등 강세가 이어졌다. 에픽AI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변화가 주가를 밀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실적 전망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에픽AI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은 33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52조3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매출 455조8000억원, 영업이익 345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6.74배, 내년 기준으로는 5.12배로 집계됐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핵심은 AI 수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메모리 반도체가 단순 부품을 넘어 AI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도 함께 커졌다. 현재 주가가 평균 목표주가에 근접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 상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증권사는 HBM4 고객 인증 지연 가능성, 성과급 등 인건비 부담 확대, PC·스마트폰 수요 둔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에픽AI 코파일럿은 "2026년 이후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D램 가격 상승 여부보다 2027년 HBM 매출 성장률과 주요 고객사 내 점유율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주가 흐름도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