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 제치고 '쇼핑' 날았다…롯데 간판 계열사, 11년 만에 교체

입력 2026-05-13 16:27
수정 2026-05-13 17:06

롯데그룹의 대장주가 11년 만에 화학에서 유통으로 바뀌었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그룹 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한때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 성장을 견인하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몸값이 전성기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났다.○롯데쇼핑, 5거래일 연속 상승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이날 16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롯데그룹 내 시총 1위로 도약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격차를 벌렸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8만6300원에 마감했다. 13일 기준 시가총액은 롯데쇼핑이 4조5290억원, 롯데케미칼이 3조6915억원이다.



롯데쇼핑이 그룹 시총 1위 타이틀을 되찾은 건 2015년 이후 약 11년 만이다. 이번 변화는 롯데그룹의 사업 전략 및 산업별 동향과 긴밀히 얽혀 있다. 2006년 상장한 롯데쇼핑은 2010년대 중반까지 롯데그룹의 간판 계열사 역할을 해왔다. 명실상부한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일 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을 앞장서서 개척하면서 '롯데=유통'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2015년 들어서 그룹의 전략이 바뀌었다. 과거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신동빈 회장이 삼성 화학 계열사(현 롯데정밀화학)를 인수하는 등 화학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여기에 석유화학 슈퍼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롯데케미칼의 몸값은 치솟았다 .2017년 롯데케미칼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9297억원에 달했고, 2018년 시총은 16조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롯데쇼핑은 사드사태와 쿠팡발(發) 오프라인 유통 부진 등에 발목이 잡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이 중국발 저가 공세로 실적이 악화한 이후에도 수년간 롯데쇼핑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시총을 넘어서지 못했던 이유다.○오프라인 부활 타고 실적도 호조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말부터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증시 활황으로 고가 소비가 늘면서 주요 점포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백화점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25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0.6%나 급증했다. 2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주가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6만~7만원대에 갇혀 있던 롯데쇼핑 주가는 2월 들어 9만원대에 진입하더니, 3월부터 10만~16만원을 차례로 넘어섰다.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은 114.61%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롯데쇼핑 주가를 계속해서 올려 잡고 있다. 그간 유통주가 저평가돼 있었고, 온라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운 오프라인 유통의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다. 이같은 이유로 신세계(186.01%), 현대백화점(72.80%)도 1년간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이달 들어 롯데쇼핑 관련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18만~22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종가 대비 12~37%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만만찮다.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은 10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735억원)에 성공했다. 중동 분쟁으로 나프타 등 판매가가 오르자 재고평가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시장에선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 지역 내 석유화학 생산량이 줄고 중국의 공급망이 막히면 국내 기업이 중장기적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과 이번 깜짝 실적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반론이 맞붙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롯데그룹의 전체 시총도 많이 줄었다. 이날 기준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의 시총 합산액은 약 19조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27조1600억원에서 7조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상장그룹별 시총 순위도 8위에서 이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통 부문에서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온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