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업그레이드된 펜 주사기를 장착한 성장호르몬 신제품 ‘유트로핀 에코펜48’을 출시하며 저신장증 환아의 자가 주사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 1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소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용 편의성과 심리적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 출시한 유트로핀 에코펜48은 기존 일체형 ‘유트로핀에스펜주’와 달리 카트리지 교체형으로 설계해 펜 디바이스를 반복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스위스 글로벌 디바이스 기업 입소메드와 협력해 손 압력 대신 스프링 구동 반자동 주입 방식을 적용해 작은 손의 아이도 쉽게 자가 주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성장호르몬 제품 중 최대 용량인 48IU 카트리지를 적용해 교체 주기를 늘렸고, 주사 버튼 길이를 3㎜로 고정해 낮은 압력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반복 주사 심리적 피로도 줄여LG화학은 금속 소재 본체를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했으며, ‘잔량 맞춤 용량 설정’ 기능을 통해 마지막 카트리지 사용 시 과투약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주사 과정에서는 태엽 소리로 주입 진행 상황을 알리고, 실시간 잔량 표시 기능으로 투약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이런 기능은 장기간 반복 주사로 인한 심리적 피로와 물리적 불편을 최소화해 환아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화학 관계자는 “반자동 메커니즘으로 누르는 힘을 70% 이상 줄여 아이들의 독립적인 투약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은 저출생 기조 속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9년 1400억원대였던 시장 규모는 2023년 48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도 3000억원 안팎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연평균 9.28% 성장해 약 479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의 유트로핀은 현재 시장 점유율 4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3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48억원으로 2.2배 증가했으며, 점유율 역시 31%에서 36%로 높아졌다.
LG화학은 1993년 국내 최초 저신장증 치료제 ‘유트로핀’을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한 뒤 액상과 펜 제형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해왔다. 지난해에는 펜 생산 내재화에 300억원을 투자해 공급 안정성을 강화했다. 특히 2012년부터 진행 중인 ‘LG Growth Study(LGS)’는 2032년까지 1만 명을 추적 관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소아 성장호르몬 데이터베이스로,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발표된 중간 결과에서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특발성 저신장증 환아에게서 11년 차까지 양호한 안전성이 확인됐다.◇편의성·경제성으로 점유율 높인다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은 LG화학의 유트로핀과 코젠의 ‘헥사핀’, 한미약품의 ‘롱해프’ 등이 치열한 경쟁 관계다. 펜 제형의 편의성과 고용량 카트리지를 동시에 구현한 것은 LG화학 유트로핀이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노보트로핀’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와 가격 장벽으로 국산 제품이 점유율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 지속형 제형 개발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G화학은 에코펜을 통해 다회형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차세대 제형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편의성 개선만으로도 치료 순응도가 20~30%가량 높아질 수 있다”며 에코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성장호르몬 치료는 비급여 비중이 80% 이상으로 환자 부담이 큰 만큼 카트리지 교체 방식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 보호자 입장에서는 치료 지속성과 비용 효율성이 동시에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LG화학은 이번 출시를 계기로 환자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헬스케어 사업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에코펜 도입이 시장 성장과 맞물려 유트로핀 매출을 연 1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기술·연구·편의성의 3대 축을 기반으로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호 LG화학 스페셜티-케어 사업부장은 “성장호르몬 시장 1위로서 축적해온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쌓아왔다”며 “에코펜을 통해 보다 쉽고 편리한 주사 환경을 제공해 저성장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