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합병시 공정가액' 정무위 소위 통과

입력 2026-05-12 18:03
수정 2026-05-12 18:04
상장사 간 합병 때 합병가액을 주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해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높은데도 저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져 소액주주가 불리해지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부 주주보호 장치는 기업 합병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시가 산식 대신 공정평가로 국회 정무위는 1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현행 시가 중심 방식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액 방식으로 바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을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하기로 의결했다.

현행 제도에서 상장사 합병가액은 대체로 일정 기간의 주가를 평균해 산정한다. 시장 가격을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가 기업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해당 회사 주주는 낮은 합병비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논란은 주로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불거졌다. 합병비율에 따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추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굵직한 거래 때마다 저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져 소액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반복됐다.

소위가 마련하기로 한 대안은 합병가액 산정 때 회사의 순자산과 장래 수익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돼 있더라도 장부상 순자산이나 향후 수익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합병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세부 주주보호 장치는 추가 논의개정안이 최종 통과하면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는 기업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합병가액 산정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고, 합병비율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성장 기업이나 적자 기업처럼 현재 주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사이 괴리가 큰 기업일수록 논란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위는 구체적인 주주보호 장치까지 한꺼번에 대안에 담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상장사 합병에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안, 불공정한 합병가액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회사와 이사·감사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수주주 과반이 합병에 찬성하면 합병비율을 공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김남근·신장식·한창민 의원안 등은 이날 보류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외부평가 의무화에 대해 “시장가격은 수많은 투자자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인데, 특정 기관이 산정한 가액이 그보다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책임 확대에 대해서도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늘어 기업의 정상적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형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겸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손해배상 책임이 절차상 전체 주주를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책임을 묻자는 취지라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14일 전체회의에서 쟁점 조항을 추가 논의한 뒤 위원회 대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의결된 대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은/최해련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