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 주가가 12일 급락했다. 전날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1분기 실적을 내놔 증권가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미국·이란 전쟁 종전 이후에도 개선된 수익성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면서 투자심리가 식은 여파다. 증시 참여자들은 수익성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에 주목한 모습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보다 16.34% 하락한 8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엔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6.61% 급등했지만, 이날 상승분의 2배 이상으로 주가가 밀렸다.
호실적을 내놓은 뒤 주가가 급락하자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개인투자자의 토로가 쏟아지고 있다. 게시판에는 “오늘 10만원에 매수했는데 물렸다. 10만원 구조대가 올 가능성이 있을까”, “참으로 산 너머 산”, “내가 졌다” 등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이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남긴 건 2023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원료(나프타) 가격 급등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과 긍정적인 래깅 효과 덕”이라고 설명했다. 재고자산평가손익과 래깅 효과 모두 롯데케미칼의 창고에 쌓여 있거나 공장에서 가공 중인 재고자산의 가치 변동에 의해 나타난다.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원재료를 구매한 뒤 가공해 판매 수익을 발생시키기까지 1~2개월이 소요된다. 결산 시점이 미리 사둔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 팔리기 전이라면 회계상 손익인 재고평가손익이, 팔린 이후라면 래깅 효과가 각각 나타난다.
전쟁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동안에는 재고평가이익과 긍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하지만, 문제는 종전 이후다. 석유 수급 차질이 해소돼 화학제품 가격까지 정상화되면,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확보한 원재료로 제조한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급 구조가 바뀌어 전쟁 이전 대비 개선된 수익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경희 iM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중동 중심의 공격적인 증설로 지난 4년 동안 고질적인 공급 과잉 국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중동 사태를 계기로 공급과잉 완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중동 지역 설비 타격에 따른 생산 중단과 수출 감소, 나프타 조달 차질로 인한 아시아·유럽의 생산 조정, 증설 지연과 노후 설비 구조조정의 동시다발적 진행 등으로 수급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후 수급 균형이 개선되는 화학제품의 수는 다소 제한적으로, 재고 효과 이상의 긍정적인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다”며 롯데케미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2분기에도 롯데케미칼이 호실적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구입 비용을 뺀 수익성 지표)가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4월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래깅 효과에 힘입어 2분기에도 롯데케미칼은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타디엔(BD·합성고무 원료)을 비롯해 단기 급등한 제품 가격의 하락이 감지되고 있다”며 “주간 단위 스프레드가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 2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흑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