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C버클리, 사상 첫 한국학 전공 졸업생 배출

입력 2026-05-11 18:24
수정 2026-05-12 00:13
미국 서부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UC버클리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학 전공 졸업생이 배출된다.

UC버클리는 오는 19일(현지시간) 졸업식에서 복수전공으로 한국학을 선택한 학생 세 명에게 정식 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1943년 미국 대학 최초로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지 83년 만이자, UC버클리 동아시아학과에 한국학 전공이 개설된 지 1년만의 성과다.

한국학 전공 주임교수인 안진수 교수(사진)는 “UC버클리에선 일제강점기인 1943년부터 한국어 수업이 시작됐지만 80년 넘게 한국학은 부전공에 머물러 왔다”며 “지난해 가을 한국학 전공을 개설하고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동료 교수진과 한국학센터, 국제교류재단 등의 지속적인 도움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과 함께 한 한국어 수업 UC버클리의 한국어 교육은 독립운동가 고(故) 최봉윤 선생의 손에서 시작됐다. 1914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최 선생은 일본 도쿄 청산학원을 졸업하고 1938년 도미해 UC버클리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학업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조직된 맹호단에서 군사훈련을 받았고 1941년 재미한족연합위원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해방 후엔 귀국해 미군정 공보부 차장으로 일했으며 서울대 정치학과를 창설하고 초대 학과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UC버클리에서 최초의 한국어 수업을 개설한 건 일제강점기 말인 1943년. 첫 한국어 대학 교재인 <초등 한글 교과서>도 직접 집필했다. 당시 현지에는 한글 활자가 없어 본문은 부인 최용자 여사가 손글씨로 썼다. 본국에선 한글 사용이 금지되던 시기, 미국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진 셈이다. UC버클리 한국학센터에선 이를 기리고자 2023년부터 매년 한글날 ‘한국어 프로그램 80주년 기념식’을 열고 ‘최봉윤 장학금’을 주고 있다.

1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한 한국어 수업은 K컬처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현재 연 400~500명이 수강하는 인기 강좌로 발돋움했다. 현재 한국어 강사 7명이 수업을 맡고 있으며 매년 ‘한국의 날(Korean Day)’ 행사도 연다. 지난달 13회 행사에선 한국어 수강생의 특별 공연과 논문 발표, 한국 문학작품을 주제로 한 ‘에세이 콘테스트’가 진행됐다. ◇학문으로 승격된 한국학 전공UC버클리 한국학은 1979년 한국학센터를 설립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학센터는 전 세계 한국학 관련 학자와 예술가를 초청해 학술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학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동아시아도서관도 깊이 있는 커리큘럼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한국학 전공자로 졸업하는 엘리스 김씨는 “근현대사뿐 아니라 향찰과 같은 고대 표기법까지 배우고 고전문학 1차 사료를 직접 연구할 수 있었다”며 “한국 역사와 문화를 깊게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학 전공 졸업생인 조앤 문 씨도 “윤동주 시인의 시를 공부하고 식민 지배, 6·25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미래까지 설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오랜 역사와 제도적 기반, 높아진 한국 문화의 위상이 결합해 앞으로도 한국학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