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건설업체에서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 A씨는 퇴사하면서 미지급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했다. A씨는 2024년 중반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넘게 일했다. 계약 형식은 일용직이지만 실제 근무 형태는 달랐다. 평일 기준 하루 8시간씩 근무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매달 19~21일가량 출근한 셈이다. 일당은 16만5000원. 퇴사 전 3개월 동안에도 별다른 공백 없이 정상 근무했다.
문제는 퇴사 이후 불거졌다. A씨는 퇴직금을 일당 16만5000원, 즉 통상임금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1년 미만 일한 기간에 대해서도 매월 하루씩 연차가 생긴다고 보고 11일치 미사용 연차수당을 청구했다. 여기에 1년 이상 근속할 경우 따라붙는 연차 15일분을 더했다.
11일 노동실무 연구모임 흥미로운연구소에 따르면 이 사안의 쟁점은 '일용직에게 퇴직금과 연차가 발생하는가'에 한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일찌감치 월평균 4~5일만 근무해도 상근성·계속성·종속성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퇴직금과 연차가 발생하는 '계속근로'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A씨의 경우 1년 이상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사용자의 지휘 아래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꾸준히 일했다. '계속근로' 해당 여부엔 이견이 없었다.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A씨와 회사는 퇴직금 산정 기준을 놓고 입장 차를 보였다.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같은 기간의 총일수로 나눠 산정한다. A씨는 퇴직 전 3개월간 실제 근무일이 월평균 19~21일이었다. 이 기간 달력상 총일수는 92일. 일한 날 받은 임금을 일하지 않은 날까지 포함한 92일로 나누면 1일 평균임금은 약 11만1000~11만9000원으로 계산된다. A씨가 받은 일당 16만5000원보다 낮다.
A씨는 근로기준법 제2조2항을 꺼내들었다. 이 조항은 산출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회사 입장은 달랐다.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통상임금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법원은 평균임금이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예외적 경우에 통상임금을 보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양측은 연차수당을 놓고도 맞붙었다. A씨는 1년 미만 기간에 대해 '연차 11일'이 자동 발생한다고 봤다.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기간에 발생하는 연차는 매월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1개월간 소정근로일을 개근해야 하루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 사업장은 취업규칙이 없는 데다 상용근로자도 없었다. 근로계약서상 휴일은 일요일이었다. 이에 따라 법정·약정휴일인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소정근로일로 확정됐다. 이후 월별 만근 여부를 확인한 결과 공휴일 연휴와 개인 사정에 따른 결근 등이 있었던 달에는 연차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A씨는 당초 요구한 금액보다 300만원을 덜 받게 됐다. 퇴직금이 통상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데다 1년 미만 연차도 만근 여부에 따라 다시 계산된 결과다. 산정 방식만으로 수백만원에 가까운 미지급 임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A씨 사례는 일용직 노무관리에서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용직이라도 계속근로가 인정되면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퇴직금은 평균임금 산정 구조를, 연차는 월별 소정근로일과 만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출근일, 근로시간, 공휴일 처리 방식, 결근 기록을 날짜별로 관리하지 않으면 퇴사 시점마다 유사 분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흥미로운연구소 소속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일용직이라는 말이 곧 '퇴직금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한 달에 4~5일만 출근해도, 공백 기간이 있어도, 계속 근로관계가 유지됐다면 상용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호받는 만큼 이 현실을 모르는 사업장일 경우 퇴직이 발생하는 순간 에상치 못한 청구서가 날아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금과 연차 산정은 결국 근태 기록에서 시작된다"며 "형식상 일용직이라도 계속근로가 인정되는 사업장일수록 입사 첫날부터 근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최선의 리스크 관리"라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