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CHAGEE·패왕차희)
5월 10일 오전 8시 50분 서울 강남역 근처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9시에 오픈하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9시가 되었지만 줄 선 인원이 모두 입장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매장 직원이 입장 인원을 제한해 주문을 받는 등 몰린 인파를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차지는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플래그십점, 용산 아이파크몰점, 신촌점을 동시에 열었다. 개점 직후 1500잔 이상의 주문이 몰려 잠시 주문이 중단되기도 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점의 경우 많은 주문 수로 현장 주문을 받지 않고 앱 주문만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오픈 이벤트로 음료 이용 시 호텔 숙박권 및 웰니스 관련 이용권, 차지 코리아 키링 등 경품 이벤트가 진행됐다. 오픈 전에도 앱을 통해 사전 음료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픈 당일에는 걸그룹 엔믹스의 설윤이 참석해 팬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오픈 당일 주문이 몰려 주문한 지 4시간이 넘어서야 음료를 수령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주문이 몰려 앱 주문을 일정 시간 동안 막아두어 주문을 못 하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도 있었다.
오픈 일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주문이 몰리는 등 광풍은 여전했다. 5월 11일 오전 8시 50분 강남 플래그십점 앞에는 20대 여성부터 50대 남성, 일본인 관광객 등 남녀노소 다양한 고객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었다. 방문 계기를 묻는 말에 이모(27) 씨는 “중국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다시 먹어보러 왔다”며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오픈 전부터 왔는데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23)은 “일본에는 차지 매장이 없어 여행 온 김에 먹어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방문 목적을 전했다.
차지는 2017년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현재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서 7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차지는 ‘BO·YA 자스민 밀크티’, ‘피치 우롱 밀크티’, ‘다홍파오 밀크티’ 등 다양한 종류의 밀크티를 판매하고 있다.
5월에 서울시청점과 역삼점 등 추가로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프만 베이커리(HOFMANN)
차지 외에도 5월 4일 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한 해외 식품 매장이 있다. ‘호프만 베이커리’다. 호프만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브랜드로 마스카포네 크루아상과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이 시그니처 메뉴다.
이 외에도 클래식 크루아상, 아몬드 크루아상, 퀸아망, 쿠키, 케이크 등 다양한 베이커리와 커피, 티 종류를 판매한다.
5월 10일 호프만 베이커리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줄로 가득했다. 오픈 40분 만에 시그니처 메뉴인 ‘마스카포네 크루아상’은 물량이 소진돼 구매할 수 없었다. 줄을 기다리던 김모(40) 씨는 “마스카포네 크루아상을 먹어보고 싶어서 왔는데 다음에는 오픈런해야겠다”며 아쉬운 내색을 보였다.
지난 8일 호프만 베이커리는 임시 단축 영업과 구매 수량 제한 안내 공지문을 게시했다.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며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데 따른 조치다. 기존 오후 8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은 오후 6시로 단축됐으며 시그니처 메뉴인 마스카포네 크루아상과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은 1인당 최대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호프만은 1983년 설립된 스페인의 대표 미식 그룹이다. 그동안은 스페인에만 매장이 있었다. 스페인 외 지역에 매장을 낸 것은 이번 서울 강남 매장이 처음이다. 호프만 관계자는 한국 고객들의 높은 미식 수준과 장인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서울을 첫 매장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호프만 베이커리 역시 매장에서는 일본인 관광객 등 해외 방문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등 자국에는 매장이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
차지와 호프만 베이커리가 한국 진출 이후 큰 인기를 끈 가운데 미국 대표 멕시칸 푸드 브랜드인 치폴레도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치폴레는 부리또 볼, 부리또, 타코, 샐러드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기호에 맞게 소스, 고기, 토핑 등을 넣어 먹을 수 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은 1993년부터 시작된 브랜드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티 등 7개국에 진출해 있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는 매장이 없었는데 이번 한국 진출이 치폴레의 첫 아시아 매장이 된다.
치폴레의 한국 1호점이 아시아 첫 매장이라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주변국 관광객들의 방문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F&B 브랜드들의 한국 입점
차지, 호프만 베이커리, 치폴레 등 글로벌 F&B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이 인기다. 2024년 1월에는 과일과 차를 결합한 음료를 파는 중국의 브랜드 ‘차백도’가 강남에 첫 매장을 개점했다. 차백도 1호점은 중국 외의 해외 지역에 매장을 낸 첫 번째 사례다.
한국이 글로벌 F&B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첫 매장’ 테스트베드로 떠오르는 데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빠른 유행 주기와 SNS 파급력이 높다. 차지의 경우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SNS 라이브 도중 ‘차지’를 마시며 언급한 게 화제를 모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차지’ 검색량은 평소 ‘1~2’ 수준이었지만 장원영이 언급한 이후 ‘12’로 올랐다가 개점일이었던 4월 30일 ‘100’으로 급등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화제가 된 상품이나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SNS를 중심으로 후기와 인증 영상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F&B 브랜드 입장에서는 높은 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소비 특성 역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를 직접 방문하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차지, 호프만 베이커리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매장 앞에 긴 대기 줄이 이어지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밥은 먹었냐”가 안부 인사로 쓰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미식 관심도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5%가 평소 미식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절반 이상은 식사에 단순 끼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환 차백도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나라에 진출했을 때 한국의 엄격한 규제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일종의 ‘증명서’를 얻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