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외국인만 있어요"…요즘 '부산 여행' 뜨는 이유

입력 2026-05-13 19:27
수정 2026-05-13 20:10


<i>"올해 3월 말부터 시작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엄청 많아요. 여기 오시는 분들 70%는 외국인이에요.</i>"

10일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만난 한 추로스 전문점 점주는 최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감천문화마을 골목은 마치 유럽 해안가 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골목마다 가득 들어섰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상점에 들러 핫도그와 간식거리를 사 먹으며 골목 곳곳을 누볐다.

인구 감소 및 내수 침체로 우려가 제기되던 부산 상권 분위기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이른 시점에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보다도 한 달 이른 수치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364만명으로, 2014년 공식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가성비와 입소문이 이끈 부산행 이날 부산행 KTX에서 만난 스페인 관광객 메릴리나 씨는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다. 인스타그램에 부산에 관한 피드(게시물)가 많이 올라왔다"며 "(부산은) 바다도 예쁘고 맛있는 것도 많은데, 비교적 경비도 많이 들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익스피디아'가 지난 3월 발표한 일본 골든위크 기간 '가격 대비 가장 좋은 여행지' 1위에 부산이 꼽혔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만난 대만인 타오쩌오 씨도 바다를 바라보며 부산 여행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대만에서 부산의 인기가 높다"며 "친구들이 와보고 너무 좋다고 해서 왔는데, 다음에도 재방문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실제 대만에서는 부산 여행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뜻의 신조어 '부산병(釜山病)'까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산 관광 관련 콘텐츠 조회 수가 각각 186만회와 7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현지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감천문화마을에서 만난 독일인 노라 씨는 "패키지여행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도 "(와보니) 풍경도 너무 예쁘고 이색적이라 매우 좋다"고 말했다.◇ "요즘만 같으면 걱정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부산 상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고 있다. 인구 유출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산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늘면서 매출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1분기 부산의 외국인 관광지출액은 23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감천문화마을 부산바다샌드 관계자는 "여기서 장사한 지 6개월이 돼 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며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해운대 인근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관계자 김모 씨는 "요즘 경제가 안 좋다고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계속 요즘만 같으면 장사하는 데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외국인 손님에 맞춰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택시 기사 박모 씨는 "그전엔 영어를 전혀 못 했는데, 요즘 워낙 외국인들이 많이 오니까 간단하게 의사소통이라도 할 수 있도록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BTS 콘서트 특수' 기대까지
부산 상권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음 달 12~13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감천문화마을 인근 기념품숍 관계자 박모 씨(37)는 "따로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4월에도 외국인이 많았다"며 "다음 달에는 BTS 공연이 있으니 더 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 BTS 공연은 지역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고양에서 열린 BTS 공연 기간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상권의 외국인 카드 이용 건수는 전주 대비 807% 급증했고 사용 금액 역시 2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