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동국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장기 지속형 비만약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만약 경쟁 초점이 ‘투약 편의성’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의 글로벌 DDS(drug delivery system·약물 전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선점 및 수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대웅·동국 전달 기술 개발 본격화대웅제약은 지난 8일 바이오 스타트업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월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 비만 치료제 열풍을 이끄는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약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이중작용제 ‘마운자로’는 모두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다.
장기 지속형 제형은 약물의 급격한 초기 방출(burst release)을 막고, 일정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초기 방출을 억제하는 동시에 균일한 입자를 구현해 약효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웅제약과 티온랩은 지난 4월 국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한 뒤 연내 첫 환자 투약을 계획하고 있다. 각각 자체 개발한 ‘큐어(CURE)’와 ‘큐젝트 스피어’ 기술을 결합해 만든 장기 지속형 약물을 시험할 예정이다. 큐어는 균일한 크기의 마이크로스피어(미세 약물 입자)를 제조해 약물 방출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큐젝트 스피어는 과다 초기 방출을 막는 기능을 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연간 주사 횟수를 기존 연 52회에서 12회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동국제약은 자체 보유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 기간을 2~3개월로 늘린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2개월 지속형 제형의 비임상 개념검증(PoC)을 마쳤다. 초기 방출을 억제하면서도 2개월간 유효 혈중농도 범위에서 약물이 안정적으로 지속 방출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박준상 동국제약 연구본부장은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 부담은 낮춘 차세대 장기 지속형 제형(약의 형태)을 개발하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유한은 플랫폼 도입삼성바이오에피스와 유한양행은 바이오텍의 약물전달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3월 지투지바이오와 계약해 세마글루타이드 장기 지속형 후보물질 개발권을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2024년 1월 인벤티지랩과 손잡았다. 인벤티지랩의 장기 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을 활용해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1개월 주사제와 마운자로의 주요 성분인 ‘터제파타이드’ 기반 1개월 주사제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 1회 제형은 초기 방출 제어와 장기 혈중농도 유지가 동시에 필요한 만큼 플랫폼 기술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며 “바이오텍 기술 활용은 개발 속도와 제형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월 1회 비만 치료제 개발은 최근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차세대 경쟁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앞선 후보는 암젠의 ‘마리타이드’다. 마리타이드는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계열 물질과 항체를 결합한 비만 치료제다. 월 1회 또는 그보다 긴 투약 간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작년 11월 멧세라 인수를 통해 초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PF-08653944’를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월 중국 제약그룹 CSPC와 계약을 맺고 월 1회 비만·당뇨 포트폴리오와 지속 방출 플랫폼을 확보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