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열풍 올라탄 삼양사…1조 냉동 생지 시장에 '베팅'

입력 2026-05-10 17:05
수정 2026-05-10 17:06
지난 7일 방문한 인천 신흥동 삼양사 인천 2공장. 5280㎡(약 1600평) 규모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거대한 믹싱기에서 빵 반죽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온 반죽 위에 노란 버터 블록이 올라가자 기계가 다시 반죽으로 버터를 덮었다. 이 반죽은 이후 여러 공정을 거쳐 식품 기업과 베이커리에 들어가는 냉동 생지 제품으로 변신한다. 삼양사가 지난 3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냉동 생지 전용 생산 기지다.


10일 삼양사에 따르면 삼양사는 최근 냉동 생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자 이전에 소규모로 운영하던 파일럿 공장에 530억원을 투자해 생산 가능 규모를 연 5000t까지 키웠다. 기존 파일럿 공장보다 4배 이상으로 확대했다.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국내 냉동 생지 시장을 장악하고 수출까지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양철호 식자재유통BU장은 “품질 좋은 빵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 냉동 생지”라며 “성장할 시장이라는 판단 아래 신공장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냉동 생지는 냉동한 빵 반죽을 의미한다. 빵을 만들기 위해선 반죽, 발효, 성형, 굽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반죽을 미리 해놓고 필요에 따라 발효와 성형까지 마친 후 냉동해놓은 재료다. 소비자는 사서 굽기만 하면 된다. 베이커리에선 숙련된 제빵사 없이도 균일한 품질의 빵을 구울 수 있다.

삼양사 냉동 생지 공정의 핵심 경쟁력은 ‘결의 미학’이라 불리는 라미네이션 구간에 있다. 롤러가 버터가 올라간 반죽을 시트처럼 납작하게 누르고 수차례 접고 펴는 작업을 반복한다. 삼양사 관계자는 “버터층과 반죽층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구웠을 때 층이 선명하게 살아난다”며 “온도 관리와 압연 두께, 접는 횟수의 정밀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이스트리는 최종 24겹, 파이는 144겹까지 층을 만든다.

라미네이션을 거친 반죽은 휴지 후 쿨링 터널을 거쳐 급속 동결된다. 삼양사 관계자는 “크루아상 같은 최종 제품도 만들지만, 주력 제품은 페이스트리 시트”라며 “이 시트로 식품사나 베이커리가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빵집에선 숙련된 제빵사가 새벽 일찍 나와 반죽하고 발효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과 구인난으로 전문 기술자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양 BU장은 “기술자가 직접 빵을 만들려면 대기 시간을 포함해 1박2일이 걸리는데 냉동 생지는 이 공정의 70~95%를 미리 해결해준다”고 했다.

삼양사는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유지 같은 기초 식재료를 주로 생산해왔다. 최근 냉동 생지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성숙기에 접어든 기존 식재료 시장과 달리 냉동 생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유지 등 원재료 공급을 넘어 가공 기술이 집약된 생지 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9900억원 수준인 국내 냉동 생지 시장은 5년 내 1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PC삼립과 신세계푸드도 최근 냉동 생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양사가 노리는 고객사는 개인 베이커리와 카페, 중소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대기업 계열사 외에도 유로베이크, 서울식품공업 등 30여 곳이 국내에서 냉동 생지를 유통하고 있다. 삼양사는 현재 5% 안팎인 국내 냉동 생지 시장 점유율을 4년 내 15%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윤병각 삼양사 유통PU장은 “올해 냉동 생지 매출은 전년보다 60% 늘어날 전망”이라며 “일본 등 해외 고객사와 수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