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조가 사상 유례없는 '노노 갈등'에 직면했다. 정부 중재로 노사가 다시 공식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교섭권을 위임받은 최대 노조가 반도체 외 부문에 대한 이익 공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독주하는 최대 노조의 교섭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절차가 오는 11일과 12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노조 공동투쟁본부 내부에서는 교섭 안건을 둘러싼 이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DS(반도체) 편중'이다. 현재 노조가 내건 핵심 요구안이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산정 방식 개선에 집중되자, DX(가전·모바일)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는 들러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무너진 단일대오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전체 조합원 7만3000여명 중 약 80%가 반도체 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호 위원장은 지금까지 사측과 협상에서 DS 부문 성과급 요구에 치중하고 있을 뿐 실적이 악화한 DX 부문 임직원 처우에 대한 요구는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DX 부문 인력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노조)'은 지난 7일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투쟁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동교섭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노조 지도부의 자질 논란도 기름을 부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지도부가 반대 의견을 내는 조합원을 비하하거나 제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특히 위원장의 '초호화 해외여행' 논란이 불거지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조합비로 호의호식하는 지도부를 위해 파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전삼노(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측은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등 노조 간 비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선 DS 중심의 협상 노선을 고집하는 초기업노조의 독주를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터져나오고 있다. 전삼노가 초기업노조에 위임한 교섭권을 회수하고, 사후조정에 참여할 노측 위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동안 진행된 노사 교섭이 실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도 결렬된 만큼 이번 사후조정은 초기업노조가 아닌 전삼노가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3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 역시 노조 공동투쟁본부 참여를 철회한 데 이어 교섭 정보 공유와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