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탈퇴, 30만원 내라"…대학 스터디룸서 '감금' 소동

입력 2026-05-10 07:32
수정 2026-05-10 07:34
대학 개발 동아리 프로젝트에서 이탈하려던 팀원과 이를 제지하려던 다른 팀원들 간 갈등이 형사 고소로 이어졌다. 팀원들이 출입문을 막고 탈퇴비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경찰은 물리력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공동감금·공동공갈 혐의로 고소된 대학생 팀원들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교 스터디룸에서 발생했다. 교내 개발 동아리에서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팀원 A씨가 "해외여행을 가야 해서 프로젝트를 탈퇴하겠다"고 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팀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A씨에게 탈퇴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자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나가야 한다는 것. 또 탈퇴하려면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대치는 길어졌다. A씨는 재차 나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팀원들은 스터디룸 출입문 앞을 막고 탈퇴 절차 이행을 요구했다. 실랑이는 A씨가 탈퇴비를 낼 때까지 7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A씨는 이후 팀원들을 고소했다. 자신이 강제로 감금됐고 심리적 압박 속에서 돈을 내야 했다는 취지였다.

경찰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A씨가 "나가게 해달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팀원들의 행위가 A씨를 스터디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정도의 심리적·무형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탈퇴비 요구도 공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A씨가 탈퇴비 규정을 이미 알고 있었던 데다 이에 동의한 상태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돈을 내는 과정에서도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대학가 동아리 문화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일부 동아리에선 가입비나 탈퇴비를 두는 관행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취업 준비 성격이 강한 개발·프로젝트형 동아리의 경우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대체자 확보나 인수인계 같은 조건을 엄격하게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업난과 진로 불안이 커지면서 대학 동아리도 가벼운 친목 공간보다 실적을 요구하는 조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