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증시 과열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8일(현지 시간) 버리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AI 이야기만 나온다. 오늘 하루 동안 다른 주제를 언급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라며 장거리 운전 중 경제 방송을 청취한 소회를 밝혔다.
버리는 "현재 증시는 고용 보고서나 소비자 심리 지표 등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주가가 그동안 상승했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모두가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단 두 글자(AI)라는 테마만으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이는 1999~2000년 닷컴버블의 마지막 국면과 유사한 느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이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를 악재로 반영하지 않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포함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약 40% 폭등했다. 특히 인텔, AMD, 마이크론 등 전통적인 중앙처리장치(CPU) 및 메모리 칩 제조사들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24일에도 "반도체주 매수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면 지금이 매도 적기"라며 반도체 섹터에 대한 공매도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장 마감 후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의 2027년 1월 만기, 행사가 330달러 풋옵션을 대거 매수했다. 이는 나의 새로운 포지션"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현재 SOXX의 가격(약 455달러) 대비 주가가 30%가량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베팅한 것이다.
버리는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형적인 기술적 현상"이라며 "18거래일 연속 상승은 펀더멘털보다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버리는 2008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예견해 하락장에 베팅하는 공매도 기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2015년 영화 '빅쇼트'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그의 발언을 수용하는 데 신중한 분위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가 내놓은 비관적 전망들이 여러 차례 빗나갔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버리는 테슬라의 주가를 "거품"이라고 비난했으나,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를 "고장 난 시계"라고 조롱하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