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투자로 번 돈은 사업소득이 아닌 이자소득에 해당해,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영민)는 A씨 등 3명이 서울 강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3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세무당국은 화장품 다단계를 통해 수익을 낸 A씨 등에 대해 2024년부터 작년까지 약 73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B업체와 화장품을 공동구매한 뒤, B업체에 판매를 위탁해 수익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번 돈은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만큼, 종합소득세를 매길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등이 거둔 수익은 비영업대금 이익으로, 이자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B업체는 2014년 화장품 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실제론 화장품을 거래하지 않았다. 대신 ‘화장품 공동구매 사업에 투자하면 4개월간 투자금의 약 5%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5개월 뒤 원금을 반환하겠다’는 마케팅을 펼쳤다.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받고,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영업을 하는 회사였던 것이다.
B업체 회장은 2022년 다단계 방식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해 징역 2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A씨 등은 단순한 자금 제공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화장품 위탁판매업에 수반되는 위험 등을 부담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약정된 금액만을 수령했다”며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화장품 위탁판매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과세당국이 자기구속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폈다. 다단계 방식의 유사수신행위에서 투자자가 수취한 금원은 사업소득으로 과세돼 왔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러한) 국세행정의 관행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주관적으로 그와 같은 관행이 존재한다고 믿었더라도, 이를 법적 정당성을 가진 합리적인 신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