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아슬아슬한 선두를 달렸다. 시장조사업체들이 엇갈린 성적표를 내민 상황에서 애플이 매출·평균판매가격(ASP)·인기 모델 등을 통틀어 존재감을 키웠다.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에서 휘청이면서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갤럭시, 출하량 성적 엇갈려…'투트랙 전략'은 성과9일 복수의 시장조사업체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1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지난해 1분기보다 8% 늘어난 6540만대를 출하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이 기간 10% 늘어난 6040만대를 나타냈다는 것.
반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이 매출과 출하량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출하량에서 2위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ASP는 애플이 908달러로 340달러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약 3배 앞섰다. 이 기간 전 세계 ASP는 399달러로 애플이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물량전에서 선전한 이유는 고유의 '투트랙 전략'이 성과를 내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갤럭시S26 시리즈가, 신흥국 중심의 보급형 시장에선 갤럭시A 시리즈가 물량을 뒷받침했다. 고가·중저가 모델을 동시에 앞세우는 전략은 애플과 대조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중심이 매출과 수익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제조사들은 메모리값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이 117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고 밝혔다. 출하량이 1년 전과 비교해 둔화됐는데도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커지고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가장 앞선 곳은 애플이다. 옴디아 조사를 보면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17 시리즈를 앞세워 1분기 출하량을 전년보다 10% 늘렸다. 아이폰17e는 유럽·일본에서 현지 통신사들을 발판 삼아 초기 판매량을 늘렸고 아이폰17 프로·프로맥스도 전작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중국 본토에선 1년 전보다 출하량이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모델별 판매량에서 상위권 '독식'모델별 판매량에서도 애플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카운터포인트 조사 결과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아이폰17로 나타났다. 아이폰17은 1분기 전체 판매량 중 6%를 차지했다. 이어 아이폰17 프로맥스, 아이폰17 프로 순이었다.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25%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아이폰17 시리즈가 최상단을 독식한 셈이다.
1년 전만 해도 1분기 판매량 7위에 이름을 올렸던 갤럭시S 울트라 모델은 올해 상위권 명단에서 빠졌다.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갤럭시가 전체 출하량 1위를 지켰다고 해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은 단일 모델 경쟁에선 아이폰에 밀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로 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렸지만 프리미엄 대표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가 아이폰처럼 시장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물량은 갤럭시, 수익성과 화제성은 아이폰'이라는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 일부 신흥시장서 출하량 대폭 늘려중국 업체들의 상황은 엇갈린다. 샤오미는 1분기 3380만대를 출하(옴디아 기준)해 1년 전보다 19% 줄었다. 상위 5개 업체(삼성전자·애플·샤오미·오포·비보)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옴디아는 샤오미 출하량 중 절반 이상이 200달러 미만 제품에 집중돼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에 더 취약하다고 봤다. 원가가 오르면 저가 제품일수록 마진 방어가 어렵고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오포는 리얼미·원플러스를 포함해 3070만대를 출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한 것. 비보도 7% 줄어든 2130만대를 나타냈다. 이들 업체 모두 지난해 4분기 보급형 제품을 앞당겨 채널에 밀어 넣은 영향으로 1분기 판매가 부진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완전히 힘을 잃은 것은 아니다. 상위 5개 업체 밖에선 중국 아너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아너는 1분기 1920만대를 출하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출하량이 전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영향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선 경쟁 심화로 부진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았다.올해 스마트폰 시장 '불투명'…소비자 수요도 '불안'올해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출하량은 실제 수요 회복보다 제조사·유통 채널이 부품 가격 상승에 대비해 물량을 앞당겨 확보한 영향이 컸다. 옴디아는 삼성전자·애플 등 주요 업체들이 메모리·부품 가격 상승에 앞서 출하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채널 재고가 쌓였고 2분기·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 수요도 불투명하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재량 소비 여력이 줄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특히 중가·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소비자들이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급형 제품은 메모리·저장장치·프로세서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가격 변화에 민감한 신흥국 소비자들 수요가 꺾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돌파구는 결국 '양극단'에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갤럭시S26 시리즈를 앞세워 아이폰과 직접 맞붙어야 한다. '소량 고가' 영역이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폴더블 제품도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된다.
여기에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능, 카메라, 폴더블 사용성, 생태계 연동성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출하량 1위에 머무르지 않고 고가 제품 판매 비중을 끌어올려야 매출·수익성 격차를 좁힐 수 있다.
물론 물량을 뒷받침하는 갤럭시A 시리즈 경쟁력도 놓칠 수 없다. 신흥국 시장에선 보급형 제품이 여전히 삼성전자의 방어선이다. 다만 원가 상승 국면에선 싸게 많이 파는 전략만으로 한계가 따른다. 제품 수를 정교하게 조절하고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도 가격 대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중저가 시장에서 샤오미·오포·비보가 흔들리는 지금이 삼성전자엔 점유율을 더 가져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