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경고 문구, 술병에 붙는다…"담뱃갑처럼 될까"

입력 2026-05-09 16:42


오는 11월부터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금지’ 경고 문구와 그림이 붙는다. 정부가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와 사회적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술병도 담뱃갑처럼 변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담배는 수년 전부터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자극적인 경고 그림을 부착하고 있다. 반면 술은 여전히 인기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호식품인데 규제 강도는 왜 다를까.

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이 오는 11월 9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기존 건강 위해성·임신 중 음주 위험 경고에 더해 ‘음주운전 금지’ 문구 또는 그림을 추가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지나친 음주는 간암·위암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같은 문구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그림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그림이 글자보다 시인성과 전달력이 높아 경각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갑은 이미 시행 중
술병 규제 강화는 담배 규제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은 2016년 12월부터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를 시행했다. 검게 변한 폐, 구강암, 후두암 등 자극적인 사진이 담뱃갑 전면에 부착됐다. 흡연의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경고그림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 70%가 담뱃갑 경고그림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중 상당수는 흡연 예방이나 금연 의지를 느꼈다고 답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국내 연구진 역시 경고그림이 흡연의 위해성을 환기하고 금연 시도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연율 상승을 경고그림 하나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술은 담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방송광고심의 규정 등에 따라 주류 광고에도 제한은 존재한다. 하지만 담배 광고와 달리 인기 아이돌과 배우들이 주류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장면은 여전히 흔하다.

이는 술과 담배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배는 사용 자체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술은 회식·인간관계·외식 문화와 연결된 ‘허용된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류 광고 시장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산업적 영향력도 크다.

하지만 음주 역시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음주운전 사고뿐 아니라 간 질환, 폭력, 의료비 증가 등 각종 사회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주가 매년 전 세계 약 260만명의 사망과 관련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도 술병에 임신 중 음주 위험이나 음주운전 경고 문구를 표기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술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과음과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정부도 음주운전 예방과 건강 위해성 경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뱃갑 경고그림처럼 술 역시 단순 기호식품이 아니라 건강과 사회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