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 튼튼하고, 배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머, 어머! 너무 웃겨!"
5060 로테이션 소개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시작된 한 50대 남성의 자기소개. 주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노동절인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동의 한 양식 음식점. 로테이션 소개팅을 위해 5060 여성 9명, 남성 1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통상 직업·취향·재력을 은근히 탐색하는 2030 소개팅과 달리, 이날 현장에선 건강 상태와 혼인 경험까지 먼저 공개하며 웃음이 오갔다.
이번 행사는 50대 이상 가입 가능한 소셜 플랫폼 '시놀'이 개최했으며 로테이션 소개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평소 모집 인원의 두 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릴 정도였다. 이번 행사 경쟁률 역시 2대 1을 넘겼다. 남녀 각각 10명씩 총 20명의 최종 참가자가 선발됐다. 2030 세대의 문화로 여겨졌던 로테이션 소개팅이 이제는 5060 사이에서도 새로운 만남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펙보다 인생사…'5분' 지나도 열중, 5060 소개팅 방식
행사는 총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짧은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체 자기소개, 짧은 레크레이션 이후 핵심 행사인 5분 로테이션 소개팅이 1시간 10분 동안 이뤄졌다.
본명은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다. 참가자들은 단체 소개 때부터 '써니', '엠제이' 등 닉네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동시에 행사 신청 당시 제출한 사진이 모니터에 띄워지자 참가자들은 지금 모습과 다르다며 쑥스러워했다. 순간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에 사회자는 "이미 다들 다른 거 다 알아요. 다 똑같아요"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2030과는 달랐다. 5060은 '스펙'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강조했다. 얼마간 사별했는지, 집순이였던 생활패턴을 청산하고 상대방에 맞출 준비가 됐다든지 등 앞으로의 연애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가 운동을 취미로 갖고 있다고 처음부터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4명 연속으로 운동 취미를 언급하자 사회자는 "다들 나오자마자 운동 얘길 하시네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이어 커플 게임 시간. 참가자들의 긴장이 가벼운 침묵을 만들었다. 이에 사회자는 남녀 짝지어서 풍선 터트리기는 없다며 남녀 각각 2~3명씩 앉은 테이블이 한 팀이라고 지정했다. 게임은 간주 1초 듣고 음악 맞추기였다. 답 맞출 기회가 1번뿐인 상황에서 5060 남녀들은 고개를 가까이하고 귓속말을 하며 노래 제목이 뭔지 함께 회의했다.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지는 순간. 입 가리며 웃는 사람과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는 로테이션 소개팅 차례. 2030 소개팅과 동일하게 5분씩 제한 시간이 지나면 남성이 자리를 한 칸씩 옮겨 대화 상대를 바꿨다. 현장은 조용할 틈 없이 일대일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와글와글했다. 사회자가 5분마다 종료를 알려도 곧바로 조용해지지도 않았다. 이날 소개팅은 정해진 시간인 1시간 10분을 조금 넘겨서야 끝이 났다.
"이 나이에 어디서 이성을 만나나요"…5060 몰린 이유참가자들은 "이 나이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도, 금전적인 여유도 생겼지만 젊었을 때처럼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을 통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혼한 지 4년 됐다는 A씨(57·남성)는 "우리 또래 되면 대놓고 친구들한테 소개해달라고 하기도 민망하다"며 "그렇다고 일반 소개팅 앱은 젊은 층 위주고, 잘못하면 사기당할 수도 있어서 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성 참가 B씨(53)는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딸도 졸업하고 다 커서 혼자 지내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고 싶더라. 오늘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다"고 했다.
실제 반응도 뜨겁다. 시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열린 행사에서는 5쌍, 올해 1월과 3월에는 각각 4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3쌍의 커플이 나왔다. 매회 30~50%의 매칭률을 기록하고 있다.
플랫폼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3년 약 2만명이던 시놀 가입자는 현재 약 11만명으로 늘었다. 단순 친목 모임을 넘어 여행·취미·연애 등 관계 중심 활동 수요가 5060 사이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취미 넘어 연애까지…커지는 시니어 시장업계에서는 이를 '액티브 시니어' 현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와 여가 활동에 적극적인 5060 세대가 관계 형성과 연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리서치 전문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의 '시니어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사람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리고 싶다'고 응답한 50대 이상은 32.8%로 40대 이하 25.9%보다 높게 나타났다.
5060 인구수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060 인구는 2020년 1505만2000명, 2023년 1612만8000명, 2025년 1650만4000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타는 중이다.
김민지 시놀 대표는 "과거 시니어 서비스가 건강·요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행, 취미, 연애처럼 관계 중심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대 또한 여성은 50대, 남성은 60대다. 5060 세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삶을 확장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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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