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온 이란이 인근 해역의 상선들을 대상으로 식량·연료·의약품 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해상 봉쇄 완화 논의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란이 선박 지원을 명분 삼아 해협 관리 주도권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이란 IRNA·메흐르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항만해사청(PMO)은 공식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을 지나는 상선들에 식량·연료·의료보건 물품·수리용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원 대상은 인근 해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이다. PMO는 특히 이란 영해와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이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항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이 필요한 선박은 초단파 무선통신(VHF) 16번 채널을 통해 가까운 이란 항구의 선박교통관제센터(VTS)나 대리점에 연락하면 된다. PMO는 해당 메시지를 역내 해상 통신망과 VHF 시스템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아라비야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대신 미국도 대이란 해상 봉쇄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민간 상선들의 이동을 통제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국적 HMM 나무호를 비롯한 여러 선박에서 이란 소행 가능성이 제기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묶인 상선을 탈출시키기 위한 미군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이유로 하루 만에 작전을 중단했다.
현재 해협 일대에 고립된 선박 규모도 상당하다. CNN방송은 국제해사기구(IMO) 집계를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선박 1600척이 고립돼 있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