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포용금융은 금융기관 의무…반 이상 공적 역할 해야"

입력 2026-05-06 18:26
수정 2026-05-06 20:15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금융기관의 정체성과 은행업 본질을 얘기하며 “서민이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포용금융은 금융기관 의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중·저신용자를 배제한 채 리스크가 크지 않은 고신용·부동산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를 고수하는 은행권을 질타한 것이다. 금융 양극화 해소를 정책 아젠다로 들고나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원사격하면서 금융권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은행은 준공공기관’이라는 김 실장의 평가에 공감하며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정부에서 면허를 받아 은행업을 영위하는 만큼 공적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다른 금융기관은 사업을 하지 못하게 제한해 독점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정부가 은행업 인가 제도로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주고, 기존 플레이어들은 이를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김 실장도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은행은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을 받는 준공공기관”이라며 “그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 이행”이라고 썼다.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반박하는 동시에 금융회사가 정부에서 받은 인가를 ‘특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인가 산업이고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한다는 점은 맞지만, 민간 은행에 정책 목적을 과도하게 부과하면 한국 금융 시스템 발전이나 글로벌 스탠더드와 충돌할 수 있다”며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려면 그에 맞는 위험 분담 장치와 제도적 보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포용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유리한 부분만 뚝 떼어내 영업하고 나머지는 방치하는데, 금융기관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나타나는 금융시장 양극화가 정상은 아니다”며 “청와대는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를 띄운 것이고, 이제는 금융권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나타난 금융시장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고민해야 할 이슈”라면서도 “다만 개별 금융회사가 혼자 해법을 찾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주제”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가 공공성에 책임의식을 느끼더라도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하더라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이는 시장 예측을 거쳐 성실 상환 차주로부터 미리 이자를 통해 다 받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은 본질적으로 상환 능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평균해 이자를 정하는 것 아니냐. 그게 금융의 원리”라고 했다.

이에 금융권은 “은행의 금리 산정 원리를 평균화로 단순화할 사안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은행 대출의 기본 원리는 여러 차주의 위험을 단순히 평균 내는 것이 아니라 차주의 상환 가능성에 따라 위험을 금리에 제각각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 예금을 재원으로 영업하는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정책 목적만으로 고위험 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저신용 차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정책금융과 보증, 재정 지원을 결합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연체 채권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주문했다. 상환이 불가능한 악성 채무를 끝까지 추심하려 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채무 조정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신경 쓸 게 많아지긴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재영/김진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