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출석했는데 '기습 체포'…황당한 사연의 결말은

입력 2026-05-07 06:00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자진해서 응한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집행 당시 체포 사유와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수사기관이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및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경찰의 체포 절차가 적법했다고 본 1·2심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고 체포와 관련해서는 그 위법성을 인정했다.

유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경기 의정부시 오피스텔 4개 호실을 빌려 여성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은 자진 출석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의 위법성 및 본안 판결 영향 여부였다. 유씨는 경찰 출석 요구에 자진 출석했으나 불법 체포됐고, 수사 과정의 자백 역시 강압에 의한 것이라 수집 증거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2심은 경찰 수사보고서를 근거로 적법한 체포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씨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자진 출석했고, 도망이나 증거 인멸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행동이 없었음에도 잠복하던 경찰이 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한 체포'라고 판단했다.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집행 담당자가 당시 상황을 기초로 체포 사유와 필요성이 여전히 충족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체포 과정의 위법성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피고인 진술 외 수집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충분히 유죄가 입증된다며 원심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