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도산 망고를 확보하려는 소비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12개에 60달러(약 8만원) 수준의 고가에 팔리지만 품귀 현상이 이어진다. 짧은 공급 기간과 복잡한 수입 절차, 높은 항공 운임이 맞물리면서 망고가 고가 프리미엄 과일 시장으로 올라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도 높은 인도 망고 확보 경쟁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 인도산 망고 애호가들은 봄철마다 수입업체의 배송 알림과 왓츠앱 공지를 추적하며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정보업체 카팩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 나쿨 고얄은 "새 물량 공지가 뜨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춘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항공편 도착을 확인하고, 창고나 주차장까지 찾아가 신분증을 제시한 뒤 망고 상자를 받아 간다.
미국 일반 식료품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고는 대부분 멕시코산이다. 연중 공급되고 한 상자 가격도 약 1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인도산 망고 애호가들은 알폰소, 케사르, 차우사, 랑그라, 방가나팔리 등 인도 품종은 멕시코산과 사실상 다른 과일이라고 평가한다. 인도산은 더 진하고 달며 계절성이 강하다는 점이 프리미엄 수요를 만든다.
가격도 그만큼 높다. 올해 미국에서 인도산 망고 한 상자는 보통 10~12개가 들어가며 50~60달러에 판매된다. 지난해 40~45달러에서 오른 수준이다. 수입업체들은 관세 불확실성과 이란 전쟁에 따른 항공화물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도는 매년 2000만t이 넘는 망고를 생산한다. 이는 세계 공급량의 절반가량이다. 특히 봄철 약 12주가 핵심 성수기다. 그러나 인도산 신선 망고는 오랫동안 미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남미산 과일에 적용되던 온수 처리 방식이 섬세한 인도 품종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통관 절차에 가격 상승해법은 감마선 조사였다. 이는 양파의 발아를 막는 데도 쓰이는 방식으로, 해충 제거에 활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승인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 내 남미 농업 로비의 반대도 절차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인도산 망고 수입의 초기 개척자로 꼽히는 바스카르 사바니는 무역정책 경험이 없는 치과의사였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어린 시절 먹던 망고를 그리워했다. 부친이 망고를 들여오다 적발된 일을 계기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2000년대 초반 의회 법안과 조사 처리 과정을 직접 공부했다. 그는 인도의 핵연구시설까지 방문해 감마선 조사 절차를 확인했다.
결국 2006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망고 수입금지 해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인도 방문 당시 망고를 맛본 뒤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일화가 수입업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된다. 인도산 망고는 2007년 미국에 공식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금지 해제 이후에도 수입 과정은 까다롭다. 수확된 망고는 인도 내 몇 안 되는 정부 인증 시설에서 감마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어 현지에 파견된 미국 농무부 직원의 검사를 거치고, 여객기 화물칸에 실린 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통관을 통과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과일이 가장 맛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약 7일 안에 끝나야 한다. 중동 전쟁에 비용 급증수입업체의 수익성은 높지 않다. 마진은 약 10% 수준이다. 그러나 공급망 어느 한 지점에서 하루만 차질이 생겨도 썩은 과일 때문에 수만달러 손실이 날 수 있다. 시카고 기반 수입업자 자이데브 샤르마는 "높은 값을 지불하고도 도착 즉시 상하는 과일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기반 수입업자 사미르 파나세는 서류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농무부 검사관이 전체 물량 폐기를 명령해 4만달러 손실을 떠안은 적도 있다.
병목은 인도 현지에서도 발생한다. 남인도에는 감마선 조사 시설이 벵갈루루 한 곳뿐이어서 봄마다 물량이 밀린다. 항공 화물 공간도 항상 부족하다. 대부분의 망고는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 여객기 화물칸에 실려 오는데, 의약품과 전자제품 화물과 공간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올해는 이란 전쟁까지 변수로 작용했다. 항공편 감소와 유가 상승으로 첫 물량이 지연되거나 취소됐고, 일부 배치는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운임 상승은 수입 가격을 밀어 올렸고,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요는 공급 차질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여러 수입업체는 코스트코와 시험 판매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코스트코 측은 인도산 망고가 일반 망고보다 5배가량 비싸 자사 대표 상품인 랍스터 테일 수준의 가격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수입업체들은 월마트와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트코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고, 월마트는 논평을 거부했다. 올해 예약판매도 매진올해 시즌 예약판매는 첫 망고가 지난 4월 인도를 떠나기도 전에 매진됐다. 샤르마의 회사 ZZ망고는 충성 고객을 겨냥해 시즌 패스도 내놨다. 시즌 내내 매주 망고 한 상자를 집으로 배송받는 상품으로, 가격은 약 1000달러에 달한다.
수입업체들은 구매층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샤르마는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이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인도계 이민자들은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도산 망고를 새로 경험한 미국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가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관건은 인도산 망고가 소수 애호가 시장을 넘어 대형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꼽힌다. 감마선 조사 시설, 항공 화물 공간, 통관 속도, 폐기 위험이 병목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미국 내 수요가 계속 커지더라도 짧은 제철과 높은 물류 비용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도산 망고는 당분간 고가 희소 과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