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약 3조 2000억원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을 주도한 제당업계에 제재를 내리면서 과징금 1000억원 가량을 깎아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조사 및 심의 과정에 협력했다는 사유로 법령상 허용되는 최대 비율의 감경 혜택을 부여한 결과다.
6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부당 공동행위 사건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 전원회의(주심 이순미 상임위원)는 1차 조정 산정기준액에서 각 사별로 20%씩의 과징금을 감액했다.
업체별로는 △CJ제일제당 346억원(1729억여원→1383억여원) △삼양사 326억원(1628억여원→1302억여원) △대한제당 319억원(1592억여원→1273억여원) 등이 줄어들었다. 3사가 감면받은 금액은 총 990억원 규모다.
공정위는 의결서를 통해 제당 3사가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면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과징금 고시는 조사 단계 기여도와 심의 단계의 사실 인정을 근거로 각각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경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두 항목 모두에서 3사에 최고 수준의 면죄부를 준 셈이다.
특히 공정위는 과징금 계산의 기초가 되는 부과 기준율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해 최대 20.0%의 비율을 적용할 수 있었음에도, 하한선인 15.0%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최고 기준율인 20.0%를 대입했다면 제당 3사의 과징금 총액은 약 5280억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실제 부과액(약 3960억원)보다 1320억원 이상 많은 수치다.
가중 처벌 역시 최소화됐다. 과거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 위반 전력이 있는 CJ제일제당의 경우 10% 이상 20% 미만의 가중 사유에 해당했으나, 공정위는 가장 낮은 10%만 가산했다. 공정위는 3사가 국민 고통을 가중하며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잣대를 들이댄 모양새다.
비공개 처리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경)까지 고려하면 기업들이 실제로 내야 할 돈은 공표된 금액보다 훨씬 적을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설탕 사건의 경우는 자진 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니언시 적용 시 실질 과징금이 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과징금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진신고 감경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감경 인정 요건을 엄정하게 심의해 감면 여부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당 3사는 이번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조사 협조를 이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깎아주고도 법정에서 공방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