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음향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지만 시네필(영화 애호가) 사이에서 ‘요즘 영화 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왜일까. 높아진 기술 의존도가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촬영 기술 등이 오히려 영화를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영화관에 최적화한 콘텐츠가 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거쳐 TV, 스마트폰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영화업계에서 ‘영화 영상이 너무 어둡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공식 예고편을 놓고 “사무실에 조명을 놓을 수 없는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이야기”라는 SNS 게시글이 화제를 모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게시글은 2006년 개봉한 1편과 비교하며 “영화에 조명을 넣는 법을 잊어버린 건가”라고 지적했다.
영상이 어둡고 밋밋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카메라 성능이 너무 좋아진 영향이다. 과거 필름을 사용했을 때는 명암 대비를 강하게 줘야 장면을 잘 담아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명암 차이가 적어도 촬영하는 데 지장이 없다 보니 굳이 조명을 강하게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CG를 비롯해 후반 작업을 고려하면 밋밋한 영상이 오히려 낫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주장이다.
‘암흑 상태’에 가까운 영화관에선 과거보다 어둡게 촬영한 영상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OTT로 볼 때는 다르다. 영화관 밖에서 TV와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둡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었을 수 있다는 게 영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병현 영화평론가는 “집, 지하철, 카페 등 밝기가 제각각인 곳에서 TV, 스마트폰 등 빛 반사가 심한 기기로 시청하면 화면이 뭉개질 수 있다”고 말했다.
OTT로 시청할 때 배우들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학생 A씨는 “어느 순간부터 넷플릭스에 올라온 한국 영화를 볼 때조차 자막을 띄우게 됐다”며 “배우들이 웅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마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속삭이거나 웅얼거리는 ‘극사실주의 연기’가 가능해졌다. 영화관에서는 배경음악, 폭발음 등을 대사와 분리해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스피커 개수가 적은 데다 울림통이 작아 소리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이 평론가는 “수십~수백 개 채널로 쪼개놓은 사운드를 TV와 스마트폰 두 채널로 압축하다 보니 대사가 배경음에 묻혀버린다”고 설명했다.
배경이 흐릿한 것도 관객의 불만을 더한다. 디지털로 찍은 영화는 필름 영화의 ‘부드러운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얕은 심도 촬영에 의존하고 있다. 초점을 중심인물에 맞추고 그 외 것은 흐릿하게 보이도록 하는 촬영 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인물사진 모드’를 떠올리면 쉽다. ‘캐롤’ ‘파 프롬 헤븐’ 등으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에드워드 래크먼은 팟캐스트에 출연해 “얕은 심도로 촬영한 영화는 모든 것을 죽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 흐름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무비메이커는 스튜디오들이 안정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시나리오 대신 시각효과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