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사업을 총괄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에 ‘마케팅 전문가’인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59·사장·사진)을 전격 선임했다. 장기화한 수요 침체와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올해 적자 위기설까지 나오자 연중 ‘수장 교체’라는 초강수로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4일 이 사장을 신임 VD사업부장 겸 서비스비즈니스팀장에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했다. 회사 측은 “TV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연말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점에 사업부장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다. 위기 타개를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기존 공대 출신 ‘기술 전문가’에서 ‘소프트웨어·마케팅 전문가’ 체제로 경영 축이 옮겨졌다는 데 있다. 이 신임 사장은 구글, 어도비 등 글로벌 빅테크를 거친 서비스·플랫폼 전문가다.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된 뒤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발휘했다. 2023년 정기인사 때 현직에서 물러났으나 이듬해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 복귀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패스트채널)인 삼성 TV 플러스의 기틀을 닦았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하드웨어 기기 판매를 넘어 광고 및 구독 모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급박하게 움직인 것은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TV·가전 부문은 지난해 약 2000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사이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삼성의 텃밭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이해가 깊은 이 사장이 TV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김채연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