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폰 뺏지 마세요"…창의력 길러주는 'AI 선생님' 정체

입력 2026-05-05 22:00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창의력을 키워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통신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아동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면서다. AI가 아동 교육에서 단순 보조 도구로 여겨지던 단계를 넘어 창작·체험·언어 학습을 돕는 서비스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AI 접목한 IPTV 키즈 서비스 제공
5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자녀 스마트폰 관리와 IPTV 키즈 콘텐츠를 함께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맞춤형 단말, 요금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 브랜드 ZEM을 운영 중이다. ZEM 앱은 누적 다운로드 수 650만건을 넘었고, 올해 새 학기 시즌에는 사용 가능 연령을 만 15세까지 확대했다.

SK텔레콤은 ZEM을 자녀 안심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iOS 아이용 앱을 출시해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관계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주요 AI 핵심 기능으로는 늦은 밤 이용 가능한 병원·약국 정보를 알려주는 안심지도와 유해 콘텐츠 차단 현황 등을 보여주는 안심리포트 등이 있다.

어린이의 디지털 경험을 넓히는 기능도 더했다. SK텔레콤은 AI 카메라 앱 스노우와 제휴해 얼굴 인식 기반 이모티콘과 필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단순히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한 사용 환경과 놀이 요소를 결합하려는 시도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B tv 키즈 서비스 ZEM에 AI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협업한 AI 솔루션을 활용해 동화와 영어 콘텐츠를 고도화하는 방식이다. AI로 만든 읽어주는 동화는 텍스트 기반 동화책을 AI가 VOD 영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다. AI가 동화 속 배경, 등장인물, 대사, 감정 등을 학습한 뒤 움직임을 만들어 영상으로 변환한다.

AI 영어 더빙 동요는 동요 VOD 속 등장인물의 우리말 가사를 영어 더빙으로 바꿔 보여준다. AI 음성 합성과 음성 변환 기술을 활용해 가사뿐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까지 반영한다. 챗GPT 기반 생성형 AI 캐릭터와 대화하며 영어를 배우는 살아있는 영어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사용자의 질문에 AI가 즉각 응답하는 방식으로, 주입식 콘텐츠와 다른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KT, AI 미디어아트로 어린이 창작 경험 확장 KT는 영유아동 전용 IPTV 서비스 지니 TV 키즈랜드를 통해 아동 창작 활동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미디어아트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KT는 어린이 작가 공모전 '함께 그린 책 2: 내 친구 상상 동물을 통해 나온 상상금지!' 프로젝트로 지난 3월 2026 볼로냐 라가치상 크로스미디어 부문 스페셜 멘션을 받았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상으로, 아동 도서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상상금지!'는 어린이가 그린 상상 속 동물을 종이책, 전자책, 미디어아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프로젝트다. 미디어아트에는 KT의 이미지 생성 모델과 AI 음성 생성 기술이 활용됐다.

KT는 아이들의 원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유화, 파스텔, 실사, 콜라주 등 4가지 스타일의 고화질 AI 이미지를 만들고, IP-어댑터 기술을 적용해 원화의 구도와 색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내레이션에도 AI 기술이 쓰였다. 실제 어린이 목소리를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음성 언어 모델에 학습시키고, 고해상도 음성 복원 기술을 적용해 원본과 91.4%의 유사도를 구현했다. 단순 텍스트 음성 변환을 넘어 음색과 문맥에 따른 감정 표현까지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KT는 어린이날을 맞아 5월 4~5일 서울시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에서 상상금지! 애니메이션과 AI 미디어아트를 상영했다. 최근 마무리한 함께 그린 책 3: 내 친구 공모전 수상작도 그림책과 AI 동화로 제작해 5~6월 공개할 예정이다.LG유플러스, 메타버스 플랫폼 통해 학습 경험 고도화 LG유플러스는 어린이 메타버스 플랫폼 키즈토피아를 앞세우고 있다. 키즈토피아는 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출발한 서비스로, 가상 학습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 동물, 외국어 등을 익히도록 구성됐다.

키즈토피아의 AI 캐릭터는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일방향 동영상 학습에서 벗어나 가상공간에서 체험 활동과 놀이 학습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2023년 5월 출시된 뒤 약 2년 만인 지난해 7월 누적 가입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일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키즈토피아를 분사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양사 간 협업을 이어가면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사들은 IPTV와 메타버스, 생성형 AI를 결합한 키즈 서비스를 미래 콘텐츠 사업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AI가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기술이 아니라 창작과 체험을 넓히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