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TV 제품군을 전면 개편하면서 중국 브랜드 추격을 물리칠 대응 로드맵을 내놨던 용석우 VD사업부장(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물러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DX부문 서비스 비즈니스 팀장직도 함께 맡는다. 그는 콘텐츠·서비스·마케팅 전문가다. 삼성전자 TV·모바일 서비스 사업 핵심 기반을 구축한 인물로 꼽힌다.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회사는 "풍부한 사업 성공 경험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등 TV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 사장은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됐다. 직전엔 구글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2020년 무선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을 겸직하면서 세트(완제품) 부문 전반의 서비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2년 만인 2023년 '상담역'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업계에선 VD사업부 수익성 둔화, 경영진 세대교체에 따라 이 사장이 물러난 것으로 봤다.
이 사장은 이후 2024년 11월 발표된 2025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이 사장은) 2014년 구글에서 영입된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로 삼성의 서비스 사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했다"며 "글로벌 IT 기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소비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영일선으로 복귀해 마케팅·브랜드·온라인 비즈를 총괄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놓고 삼성전자가 TV 사업의 무게중심을 '스마트 TV 콘텐츠·서비스·광고 플랫폼'에 두려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퇴임 임원들을 다시 불러들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사 기조가 한 번 더 현실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용 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을 맡아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게 됐다. 대신 연구개발(R&D) 전문성과 풍부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로봇 등 세트사업 전반에 걸쳐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용 사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서 전면 개편된 TV 제품군을 발표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냈다. 그는 당시 초프리미엄·프리미엄·보급형 TV를 전면에 세워 TCL·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저희들을 쫓아오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로드맵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하드웨어 판매 확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 플랫폼 경쟁력을 주목하고 있다. AI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를 통해 복수의 증권사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TV 사업의 구조적 전환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판매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여부가 향후 VD사업부의 수익성 회복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한경닷컴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 1~2월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18%로 TCL(14%)·하이센스(12%)·LG전자(10%)를 모두 앞섰다.
삼성전자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에선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점유율 29.1%를 차지해 전년보다 0.8%포인트 확대됐다. 올해 2023년(30.1%) 수준인 30%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에픽AI는 "글로벌 TV 판매 1위라는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삼성 TV 플러스, 아트스토어, 타이젠 OS 라이선싱 등 서비스 사업의 수익화가 가속화될 경우 하드웨어 마진 압박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TCL·소니 합작 등 경쟁 구도의 재편 가능성과 거시경제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