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현행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3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자녀의 이름에 한글 또는 대법원 규칙이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예쁠 래(?)'자를 포함한 딸의 이름을 정해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등록이 불가능한 한자"라는 안내를 받고 해당 한자를 한글로 기록하게 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 측은 한자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재판관 5인은 한자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나가는 기초가 된다"며 "우리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자는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전산 시스템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법원이 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추후 보완 신고 등을 통해 새롭게 선정된 한자를 등록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등 재판관 4인은 반대 의견을 통해 해당 법안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한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해당하여 인명용 한자로 선정될 것인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