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심용환 소장이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적 고증과 설정을 두고 "냉정하게 말해서 일본 플롯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이걸 부정한다면 그건 역사 왜곡"이라고 평가했다.
심 소장은 지난 4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을 통해 "대체역사물이라는 장르적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나, 더욱 세련된 완성을 위해서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작품의 근간인 '입헌군주제 대한민국' 설정에 대해 "민주화와 입헌군주제가 공존하는 모델로 익숙한 국가는 영국과 일본이지만, 이 작품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소설 등에서 어마어마하게 소비되어 온 서사 구조를 수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라마 속 세부적인 장면의 오류도 조목조목 짚었다. 심 소장은 국왕의 탄신일 장면에 궁녀들이 배치된 것을 두고 "왕을 맞이하는 역할은 문무내관의 몫이며, 내인은 그 이후 내부에서 만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실세를 쥐는 설정에 대해서는 "가장 큰 오류이자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조선은 초반 세조(수양대군)의 배신을 겪은 뒤 종친의 간섭을 철저히 막았던 나라"라고 부연했다.
대한민국의 입헌군주제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조선 왕실은 망한 뒤 한 일이 없다"며 영친왕의 행보와 해방 후의 역사적 구도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작품이 우리 전통문화를 수용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지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 소장은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학적 관점에서는 수준 낮아 보이는 대체역사물일지 모르나, 한국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흥미로운 실험인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더욱 촘촘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통해 기존 영미권이나 일본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가 융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날카로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대군부인'의 흥행 기세는 무섭다. 지난 2일 방영된 8회 시청률은 수도권 11.6%, 전국 11.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26년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하에 재벌가 평민 성희주(아이유 분)와 고귀한 신분 뒤에 자유를 갈망하는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회를 거듭할수록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은 유지원 작가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환혼' 시리즈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준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거물급 미술·촬영 감독들이 합세해 높은 완성도를 구현해냈다.
첫 방송 당시 전국 7.9%, 수도권 8.2%의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한 데 이어, 글로벌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서는 공개 5일 만에 한국 시리즈 부문 전 세계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대 사회와 배치되는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와 신분제 설정이 서사 전개 과정에서 모순과 괴리감을 낳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향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아이유와 변우석이 빚어내는 달달한 케미스트리와 매 장면마다 공을 들인 화려한 미장센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