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한국은 멋진데…"여행은 별로네요" 실망한 이유

입력 2026-05-02 14:57
수정 2026-05-02 15:01
#맛집 예약을 하려 애플리케이션(앱)을 켰지만, 한국 전화번호가 없어 로그인 조차 되지 않는다. 지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결제도 막힌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편함에 지치게 만든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으로 방한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느끼는 불편은 일본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인식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불편이 발생하는 지점 자체가 달랐다. 일본이 여행 중 피로가 누적되는 구조라면, 한국은 여행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부터 막힌다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여행·관광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최근 발표한 '한 관광객 불편 경험의 구조적 진단'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3년부터 3년간 레딧 여행 커뮤니티 게시글 7260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불만이 포함된 게시글 비율은 한국이 약 11%로 일본(약 7%)보다 높았다. 단순한 빈도보다 주목할 지점은 불편이 발생하는 '위치'다. 한국은 불편의 27.8%가 디지털 영역에 집중됐다. 가입·인증(13.1%), 결제수단(11.5%), 앱 서비스 오류(10.4%), 길 찾기(10.3%) 등 대부분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반면 일본은 교통(2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관광지 체험과 식사 등 현장 경험에서 불편이 분산됐다. 한국은 들어가기 어렵고, 일본은 들어가면 힘들다고 느끼는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 관광 구조를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디지털 요새'로 규정했다. 한국 관광 인프라는 내부에서는 빠르고 편리하게 작동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로그인·본인인증·결제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막힌다. 한국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인증 방식, 해외 카드 결제 제한, 해외 IP 차단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관광객은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를 겪는다. 볼거리와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과정에서 점수가 깎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예약과 결제 등 시스템 진입은 비교적 원활하지만 현장에서의 이동과 대기 과정에서 피로가 쌓인다. 복잡한 환승 구조, 긴 대기줄, 관광지 혼잡 등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이 주요 원인이다. 즉, 접근성보다는 이용 과정의 물리적 부담이 문제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빈도만이 아니다. 감정적 강도에서도 한국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감성 분석으로 측정한 결과, 한국의 '태도·환대' 항목은 0.78로 전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서비스 오류(0.62)와 가입·인증(0.61)도 상위권이었다. 일본의 최고 수치(관광지 운영·접근성 0.63)와 비교해도 한국의 환대 영역은 두드러졌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느끼는 차가운 시선, 영어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입장이 제한되는 경험, 택시 승차 거부 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강한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K-드라마 등을 통해 형성된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앱 로그인 오류나 카드 결제 실패가 여행의 흐름을 끊는 반복적인 불편이라면, 현장에서 겪는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환대 결핍 경험은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전체에 치명적인 감정적 손상을 입히는 고충격 요인"이라며 "성공적인 방한 관광 유치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닌 관광 접점 전반에 걸쳐 포용적 서비스 기준을 도입하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공감 역량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이 현장 인프라에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관광지 운영, 식당 서비스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영역에서 한국의 불편 비율은 일본보다 낮았다. 촘촘한 교통망과 빠른 서비스 응대가 강점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 강점은 관광객이 현장에 도달하기 전에 소진된다. 디지털 인증, 결제, 길 찾기 등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막히면서 전체 경험의 흐름이 끊긴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현대 관광산업의 승패는 단순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매력적인 콘텐츠를 얼마나 막힘없이, 따뜻하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예외적 타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글로벌 표준과 호환되는 유니버설 관광 인프라로 생태계를 재점검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